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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동 거주 6개월차, 불쾌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해 12월 본가로 이사를 와, 약 6개월째 공릉동에 거주중인 20대 직장인입니다.
먼저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마음이 상해서 적는 글인 만큼 공릉동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분들께서는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는 글이라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특정 지역 및 종교, 연령, 인물, 동물 그 밖의 모든 것에 대한 비하 의도는 없습니다.

먼저 제가 공릉동으로 이사를 오게 된 이유는 아버지께서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24년 가을 정년퇴직을 앞두고 계신 아버지께서는 단 두 가지를 바라셨어요. 당신께서 과거 첫 서울살이를 시작하셨던 동네인 공릉으로의 이사와 막내딸과의 합가. 네비를 찍고 화랑대역 앞의 모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사실 조금 당황했습니다. 싸가지 없게 비춰질 수 있겠지만 학창시절은 신도시 브랜드 아파트에서, 대학 생활은 서울 중심부 신축 기숙사에서, 작년까지는 청담동에서 거주했던 저였기에 이런 아파트는 실로 오랜만에 만났거든요. 뭐 6개월간 나름대로 이 동네와 아파트에 적응을 하는 중이었습니다만, 바로 오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부터 도마뱀을 기르고 있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평균 수명에 거의 도달했기 때문에 장난삼아 할머니라고 부르며 애지중지 데리고 사는 중인데요, 오늘 날씨가 꽤 맑았기에 일광욕 겸 집 앞에 잠시 데리고 나갔습니다. 저는 이미 지난 십수년간 받은 시선으로 인해 도마뱀과의 일광욕 시간에는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을 선호합니다. 저희 아파트 단지는 크게 중앙에 흡연 부스를 둘러싼 벤치 공간, 놀이터 공간, 정자와 운동기구가 설치된 공간 정도로 나뉘어 있습니다. 흡연 부스 인근 벤치는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뒤쪽 놀이터를 지나 정자와 운동기구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갔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오가며 산책하시는 주민분은 계셨으나 운동 기구를 사용중이신 분이나 정자에 앉아 계신 분은 계시지 않았기에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에 자리잡았습니다. 그렇게 30여 분간 땀을 뻘뻘 흘리며 도마뱀을 무릎에 올린 채 앉아 있었는데요, 아파트 경비 분께서 오시더니 매우 정중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눈엔 그 도마뱀이 참 예쁘지만, 어느 주민이 무섭다고 민원이 들어왔으니 들어가 줄 수 있나요? 아니면 저 구석에 있어 줄 수 있나요?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도마뱀 일광욕을 시키던 도중 무서우니 들여보내라는 얘기를 들은 건 살다살다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얘를 하루 이틀 데리고 나간 것도 아니고 어련히 잘 데리고 있었을까요... 당황스러운 마음을 누르고 차분하게 설명드렸습니다. 얘는 여기에 가만히 있어요. 절대 길에 풀어두지 않고요. 햇빛을 쬐야 하는 생물이에요.
혹시나 민원인께서 제가 도마뱀을 풀어두는 걸로 착각하고 그러셨나 싶어, 얘 여기에 가만히 있는데도 무섭다고 하시던가요? 라고 여쭤봤고 그렇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견을 고수했습니다. 경비 분께서는 당혹스러우셨겠지만 '일단 알겠다'고 말씀하신 뒤 돌아가시더군요.
이 때부터 기분이 슬슬 나빴습니다. 오늘 제가 마주친 주민분들은 모두 못해도 저희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 연배가 되시는 분들이셨습니다. 고작 이십대 중반, 키 160도 안 되는 여자애에게 직접 말하는 게 뭐 얼마나 두렵다고 경비 분 뒤에 숨어 말을 전하는 건지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어른스럽지 못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의견을 수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 도마뱀에게 자연광 1시간은 인공태양 10시간의 효과를 내므로 30분간의 시간을 더 보내고 슬슬 집으로 들어가려던 도중 어떤 노인 여성분이 제게 '그거' 무섭지 않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직감적으로 이 분이시구나, 느껴졌습니다. 무서우면 어떻게 키우겠나요? 생각이라는 걸 하시긴 하시나요? 라는 순수한 궁금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만 유교걸로서 최대한 정중하게 대답해드렸습니다. 무섭지 않아요. 같이 산 지 10년이 넘었는걸요.
이런 거 키우지 말고 빨리 결혼해서 아들 낳을 생각을 해야지. 이런 거나 들여다보는 그쪽 인생이 ‘안타까워서’ 그래요- 라고 하시더라구요. 갑자기 제 머리가 띵해진건 너무 더워서였겠지요. 나이가 여든 다섯이라고 하셨는데, 이해합니다. 아직 대학생인 친구들이 꽤 많은 저였기에, 아직 대학생이라서요. 졸업 하고 취직 하면 해야죠, 라고 답했습니다만... 딸인지 며느리인지 하여튼 본인의 어떤 가족 여성은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다고 하더라구요. 그 여성분을 시작으로 삼성 반도체에 다니는 아들, 미국에 산다는 딸, 이름 모를 여덟 자녀들과 손주들, 교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속으로는 반야심경을 외며 리액션과 축하를 서른마흔다섯번 정도 했을까요? 다짜고짜 제 어깨를 잡으시더니 얼른 결혼해야지. 라고 하시더라구요. 초면에 동의 없는 신체 접촉, 아무리 동성의 노인이어도 남이잖아요. 폭력이고요. 불쾌하더라구요. 어쨌거나 유교걸답게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습니다. 그 손을 막무가내로 뿌리치지도 않았고, 말을 끊지도 않았고, 성실하게 대답해 드렸습니다. 네, 결혼해야죠, 그럼요, 열심히 살아야죠, 효도해야죠, 나이에 비해 정정하시네요, 대단하시네요, 등등...

어정쩡한 자세로 가방에 들어있었던 도마뱀이 불편했는지 집에 가고 싶다는 의사 표시를 매우 격하게 했고, 저 역시도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건강하시라는 말씀과 함께 인사를 드리고 손에 있던 짐을 챙겨 자리를 떴습니다. 아파트 동 앞 벤치에 앉아서 이어폰과 손 선풍기 등 짐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저를 지나쳐 가시며 끝까지 무례하시더군요.
나이가 들면 어린이가 된다고 했던가요, 무례가 뭔지 모르는 다섯 살이 있듯이 무례가 뭔지 모르는 여든 다섯 살도 있다는 거 이해합니다. 제 80대 조부모님께서 얼마나 정중하셨던 건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운이 좋았던 건지도 느꼈고요.

동시에 몇 가지 의문도 들었습니다.

저도 그 노인분도 똑같은 주민이고 인간인데 누군가의 주관적인 미의 기준이나 취향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공용 공간에 머무를 권리를 박탈해 달라는 요구가 정말 '민원'으로써 타당한가 싶네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국가 아니던가요? 🤨
물론 경비 분께서 주민의 민원을 함부로 거절할 권리가 없다는 건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논리적이고 근거 없는 말도 전부 민원으로써 받아들여질 수 있는걸까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엘리베이터에 강아지가 있으면 같이 탑승하지 못하실 정도로 강아지를 무서워하시는데, 그럼 제가 엘리베이터에 강아지를 탑승시키지 말라고 민원을 넣어도 경비 분께서는 아파트 전체 견주분들께 공지 해 주시려나요? 심지어 강아지는 알러지를 유발하니, 엘리베이터에 강아지 털이 남을 경우 알러지 환자 탑승시 사고 방지를
위해- 라는 명분을 붙인다면 개개인의 미적 기호도보다는 타당함이 있지 않나요?

아무튼 오늘 있었던 일로 부모님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다 함께 도출해 낸 결론은 참았을 필요 없다! 였습니다. 그러나 공릉동 고유의 문화나 분위기가 있을 테지요. 절이 싫으면 중은 떠나면 그만입니다. 떠나기 전, 정말 공릉에서는 원래 이러는건지 궁금해서 여러 의견 듣고자 글 올립니다. 이게 공릉동 평균인가요? 어르신이 많은 동네에서 이 정도는 긍정적인 관심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걸까요? 이제서야 동네 전경에 좀 적응하는 듯 했는데 갑자기 주민분께서 덜컥 치고 들어오셔가지고... 당황스럽네요.

아차차, 그리고 저는 아무래도 정상인이다보니 기껏해야 말싸움이 끝이겠지만 요즘 워낙 이상한 사람이 많단 말이죠. 다들 상호간 존중은 더하고 무례와 오지랖은 덜어보자구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내일만 지나면 주말이네요! 토요일에는 비가 온다고 하니 일정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우산 꼭 챙기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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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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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서
쓰레기관리좀
의정부시 용현동

공릉동에 경춘선 숲길 한 번 데려와보시는건 어떨까요?? 가끔 슈가글라이드나 앵무새 키우시는 분들은 데레고 나오시더라구요. 부디 모든 이들의 취향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네요~~^^

빵서
퍼그
구리시 수택2동

의심스러운 눈길한번 보냅니다.

빵서
만두만두
성북구 상월곡동

당근 연령대가 높은가봐요. 답답한 분들 계시네요ㅎ
존중은 서로 하는 거지 누군가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글쓴이가 보아뱀이나 구렁이를 데리고 나왔나요? 맹견을 오프리쉬로 풀어두었나요. 가만히 보호자 품에서 도마뱀 일광욕시켰어요.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고 피해를 끼친 것이 없어요. 파충류가 익숙하지 않아서 무서울 수 있지만 그걸 당사자한테 드러내고 내쫓으려 한 건 이미 존중이 아니에요.

할머니 아들낳아야 할 때부터 자리 옮겼어야 했는데. 가슴이 답답해졌어요. 여기에도 그렇지만 쓸데없는 오지랖 다 듣느라 고생했고 지는 것 같더라도 다음엔 네~^^ㅗ하면서 피하시길요. 열받지만 더러워서 피하는 거예요.

그리고 인간도 살고 비인간 동물도 사는 이 지구에 인간이 너무나 크게 많은 지역을 점유하고 있는 거예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타집단을 너무나 쉽게 배척합니다. 사람이 위라고 하는 분 댓글 읽지 말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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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서
달달
구리시 갈매동

일단 글쓴님자체도 지금까지 살았던 동네를 거쳐 이동네를 왔을때 공릉동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중요한거 같네요. 이미 마음속에 다른동네보다 낮게 생각한거 같은데. 같은상황이더라도 내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 질수있다고 생각됩니다.

나머지 대화부분은 어르신이 오지랖부린거고 말도안되는 소리하셨네요. 나이드신분 솔직히 그냥 상대하지말고 피하시는게 더 낫겠다는 의견입니다. 강하게 말하면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 내 기분만 더러워질테니 상대하지않으시는게 좋겠다고 조심히 말씀드립니다.

도마뱀은.. 공동체생활에선 타인이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이해해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포메, 말티즈, 요크, 토끼, 고양이 심지어 햄스터라도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이있다면 그사람을 존중해줘야지 얘내들은 안물어요 해끼치지않아요 라는 생각이 절대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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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서
마술피리
노원구 공릉2동

한 동네나 도시의 인상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네요 ㅠ 저도 이 곳에 정착하기 전 해외를 비롯 이 도시 저 도시 살아봤는데 만나는 사람들이 참 중요해요 이 동네는 평범 무난 그리고 약간 보수적인 느낌입니다 도마뱀이 일광욕이 필요하다는 거 배워가네요 자기 위주로 얘기하며 오지랖 넓은 사람들은 슬쩍 피하세요 이웃과의 스몰토크도 신중하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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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서
하늘별
노원구 공릉동

공릉동이랑상관있나요 극히일부이죠

빵서
까미네
노원구 공릉동

공릉동하고는 상관 없는 것 같고, 개나 고양이처럼 익숙한 동물이 아니어서 개인의 관점에 따라 기피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방적이어서 글쓴이분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지만, 한 편으로는 기호에 따른 타인의 불편도 이해하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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