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초에 경기도 안산에서 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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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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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이야기

이번주초에 경기도 안산에서 공직생활을 하고있는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 이번 설연휴때 당직근...."
" 응..난 괜찮아..! 나 신경쓰지말고 당직근무해..!
정말 괜찮아..! "
머뭇거리듯 어렵사리 꺼내는 아내의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가 먼저 일방적 대답을 하고 통화는 끝냈지만,
못내 씁쓸한 기분이 드는건 내가 지금의 생활에
익숙해졌기만은 아닐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날저녁, 내 통장으로 적지 않은 액수의 돈이
입금되었다는 알람메세지와 함께 카톡메세지도 함께
들어왔습니다. 아내의 메시지였습니다.
" 미안해요..! 나 다음주 주말에 맞춰서 대구 내려갈게~
그때 함께 아버님 찾아뵙고 인사드려요..! "
아이들은 당신보러 대구간다니깐 애들하고 함께
즐거운시간 보내요~ 새해 복 많이 받고...^^ "

늘~ 어린아이 일것만 같았던 내 자식들이
어느덧 성인이되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2년, 4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처음으로 내 곁을 떠나 독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딸,아들이 설 명절이라고, 아빠 홀로 계실거라 생각에
근무조정까지 해가며 엊저녁에 대구집에 왔습니다.
[ 아이고..! 울 아빠 그동안 못본 사이에 많이 야위었네..!
아니면, 이 딸이 보고 싶어서 그런건가..? ㅋㅋㅋ]
해맑게 웃으며 집에 들어서자마자 인사 대신 핀잔같은
수다를 떨고는 와락 내 가슴품에 안겨 깍지 낀 손둘레를
내 허리춤에 두르고 한참을 내 품에 얼굴을 묻고 있는
내 딸...대전에서 경찰공무원으로 재직중인 첫째녀석이고,
유독 아빠 껌딱지의 애교 있는 딸아입니다.

평소 묵묵히 말없고, 의젓한 내 아들...
노는걸 워낙 좋아해서 항상 전교꼴찌를 도맡아 하던
녀석이 어느순간부터 공부하기 시작해 창원 반도체회사에 입사하더니 2년만에 자신이 늘 동경 해 오던 회사
삼성전자에 최종합격해 곧 경기도로 이직을 준비해야
하는 아들녀석의 어깨가 더 넓고, 단단해져 있음을
느꼈습니다. 보는것만으로 대견스럽고 든든했습니다
두 남매의 사이는 너무나 좋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한 이불 덮고 서로 간지럽히며
장난치는 남매우애가 두터운 녀석들입니다.
부모로써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일이지요

두 남매는 집안청소를 시작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냉장고속을 싹 들어내고 청소하고,
이불을 들고 옥상에다 늘어놓고...
분주합니다.
근무 마치고, 먼걸음 오느라 피곤할법 한데도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습니다.
나 보고는 괜히 방해 하지말고 잠자코 가만히 앉아
있으라 합니다. 아빠나이 이제 50중반인데
벌써 퇴물취급 하는것 아니냐니깐
핏..! 하고는 웃고 지나갑니다.
아이들이 예약해둔 수성못 야경뷰가 훤히 보이는
일식집에서 외식을 하고, 시내에 들러 내 봄옷을
두어벌 구입하고 난 후에야 집으로 발걸음을 했습니다.
' 기특하고 고마운 녀석들...' 속으로 되뇌였지만,
의젓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성장해준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고마운마음이 들었던 순간입니다.
[ 아빠.! 팬티 입고 샤워해..내가 등 밀어줄게..알았지..! ]
딸아이는 도대체 부끄러운줄 모릅니다.
[ 됐거든요.! 너 지금 직업이 경찰이잖아..!
그럼 잡혀가..! 성추행으로..]
[ 피..그런게 어딨어..? 부녀지간인데..ㅎㅎㅎ]
결국 나는 성인이 된 딸에게 등을 맡겼습니다.
정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나 봅니다.
밤 늦은시간까지 치맥을 먹으며
우리세명은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남자친구있냐..? 직장생활은 어떠냐..?
고민은 없냐..? 우리 봄에 어디로 여행 갈거냐..? 등등

아이들이 피곤할텐데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
옆방에 이부자리를 펴주고는 좋은꿈 꾸라고 하고
한번 안아주고 나왔습니다.
오랫만에 아들과 나란히 한이불을 덮고,누웠습니다.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그저 아들손을
꼭 쥐어 줬습니다.
무슨말이 필요할까요..?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서로 알것입니다.
조금 있으니 방문이 빼꼼히 열립니다.
베게를 들고 멋쩍게 서있는 딸아이 입니다.
[ 아빠..! 나 잠이 안와 오늘만 아빠 옆에서 잘게..! ㅎㅎ]
이 말 때문에 어릴적 애들은 엄마한테 혼 많이 났습니다.
물론 딸도 아들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서로서로 아빠 옛날이야기 듣겠다고 잠 안자고
난리법석인때가 있었거든요
[ 아빠..! 나 빨간부채 파란부채 얘기해줘..! ]
나의 전매특허 창작 옛날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귀신이야기...ㅠㅠ
애들 아기때 이불덮고 오들오들 떨 만큼 무서운 얘기였죠
지금껏 그때그때 마다 각색해서 들려준것만 해도
최소 500번은 되지 않나 싶어요
그래도 들을때마다 재미있대요 ㅋㅋ
다 큰 아이들 둘사이에 내가 중간에 누워있습니다.
가로로 누워 한쪽팔을 내 가슴을 두르고, 한쪽다리는
내 허벅지위에 반쯤 걸친채 모로 누워있는 딸아이가
[ 참 좋~~타~아빠냄새..ㅎㅎ ]
' 나도 좋단다. 내 딸..내 아들아..'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행복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늘 혼자여서 많이 외로웠나 봅니다.
내일이면 또 아이들은 내곁을 떠납니다.

이른 아침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니
딸, 아들이 뭔가 분주하게 주방을 들락날락 거립니다.
설날 아침에 나에게 손수 떡국을 해주고 싶었나 봅니다
서툰솜씨일거라 생각했는데 소고기, 계란노른자 지단
까지 가지런히 얹혀서 제법 보기좋게 만들어
식탁위에 세팅합니다.
너무나 맛있었어요 최고였습니다
식사를 끝마치고, 아이들이 세배를 합니다.
[ 아빠..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 응.! 그래 내 껌딱지들 너희들도 건강하고, 복많이 받고 ]
전날 미리 깔깔이 신권지폐 넣어둔 새뱃돈봉투를
하나씩 건넸더니, 다른 봉투가 각기 내 앞에 놓입니다.
아이들이 준비한 모양입니다.

조금전에 딸아이는 예약해둔 기차시간에 맞춰
동대구역으로 향했습니다.
역까지 배웅하려고 했지만, 딸아이의 만류에
집앞 도로까지 나가서 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딸아이의 고집은 대단합니다. 아무도 못이깁니다.
택시에 승차하는 순간까지 딸아이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네요
눈물을 참고 있는듯 했습니다.
나 또한 애써 눈물을 참으려 했습니다.
저 멀리 딸아이가 타고 있는 택시가 내 눈앞에 사라지는
순간까지 서 있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딸아이에게 카톡메세지를 보냈습니다.
" 아빠딸..! 아빠는 백수야.. 알지.. 남는게 시간밖에 없어
명절연휴 지나고 평일 조용할때 딸집에 갈게..!
아빠 오는게 귀찮을 만큼 자주갈거니깐 각오해..! ㅎㅎ "
금새 짧은 답장이 왔습니다. 그것도 아주 짧은답장이요
" ㅇㅋ~♡♡ " 오케이를 뜻하는 초성답장 이였습니다.
아마도 지금 딸아이는 울고 있는 모양입니다.
' 어찌할꼬..저리 마음 여려 빠져갖고 어디에다 쓸꼬..'
몇해전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자주 쓰시던 말씀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이번 설 명절 우리가족의 소박한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이웃당근님들..!
설 명절연휴 가족분들과 잘 보내고 계시는지요?
항상 건강하고, 화목하게...
행복한 가정되시길 바랄게요
쓸데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다시한번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조회 608

댓글 14
10

청하
천사
북구 태전2동

청하님글반갑네요~~
저두아직까지는같이있는데낼모래헤어져야하네요~~둘다보낸다는생각하니깐마음이쓰리네요새해에는건강하시고행복한한해가되시길~~

1
청하
달려야하니
북구 태전2동

역시 명절에는 가족들이 모여서 즐겁게 시간보내는게 최고에요 자녀분들 잘키워두셨으니 앞으로 더 행복하실것 같아용 남은연휴도 즐겁게 보내세용 ㅎ

1
청하
낭만동행
북구 관음동

부럽구만요~
행복한 나날되시길 바랄게요 ^♡^

2
청하
호야
북구 구암동

이런 감동주는 이야기에 이른 아침 흐뭇한 맘으로 모닝커피합니다
이 행복 이어가시길..청하님 댁에 만복이 깃들길 기원합니다

2
청하
나름대로
북구 읍내동

아직 어린 저희집 아이들이
학교나 직장생활로 먼 타지로 간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허전한게 눈물이 핑 돕니다 ㅜ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있지만
마음만은 단단히 묶여져 있으시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한해동안 더더욱 행복하시길요~~~~~^^

2
청하
공작
북구 읍내동

청하님 글 보니 반갑네요~~우리도 방금 큰딸 사위 손주 둘 정신없이 놀다가돌아가고 나니 집안이 뭔가 허전하고 눈물이 나더군요 전 그래도 아들 둘째딸 남편이 옆에 있어도 맘이이런데...보고파도 잠시 참으세요 청하님 말마따나 백수니 언제든 갈수 있으니~~^^

2
청하
cucu
북구 구암동

글을 읽으며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그려집니다
부모만 애틋한건 아니더라구요
저도 예전에 명절때 갔다가 올때면 뒤가 왜 그리 땡기던지
뭉태기 쪼매난 제가 홀로 계신 엄니께 뭐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싶었지만 그래도 혼자라는것 때문에 마음이 아렸었다는지금은 하늘에서 엄니가 절 안쓰러워 하며 보고 계시겠지요
자식 농사 넘 잘 지으셨네요 ( 이런말 해도 되나??)
부럽다요~~ㅎ

2
청하
꽃님이
북구 관음동

청하님~~
가족얘기 잘들엇습니다^^ 저도 따뜻한말씀 엄마께 많이해야
겠네요 올해 85신데
잘해드려야되것네요
ㅠㅠ
좋은얘기 잘읽었습니다~~

2
청하
세사랑맘
북구 태전1동

반갑고,그리운 두 자녀분들과 좋은시간 보내셨군요~^^ 떠나는 뒷모습 서운해서 어쩐다요~ㅠ 더 애틋한 만남을 위해 잠시 시간을 재운다 생각하세요~저도 내일이면 큰아들은 수원으로 올라가는데 벌써 서운하네요~ㅠ전 이며,소고기국 바리바리 싸서 냉동실 넣고나니 내일 가는구나 싶네요..남은 연휴 잘보내시구요~시간돼심 잼있는 에피소드라도 하나 올려주세요~^^ 좋은저녁 돼시구요~

3
청하
몽이
북구 관음동

청하님의 글을 좋아하는 1인입니다~ 청하님 가족얘기를 듣고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제 스스로 반성도 하게되고, 감동도 받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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