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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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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인연....(실화17편)

" 징~징~드러럭...징~징~드러럭.."
금요일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침대옆 협탁위에 놓인
휴대폰 진동소리가 둔탁하고 요란스럽게 적막하고
조용한 방안의 공기를 깨웠다.
' 대체 누가 이 시간에 전화를 한거야..'
손을 뻗어 협탁위 스텐드조명을 밝히고
휴대폰 발신번호를 확인하니 순식간에 잠이 달아난다.
휴대폰화면 중앙에 박힌 선명한 세글자 ' 제수씨 '
예전엔 민가영씨 라고 저장해놨지만 동생과 결혼한 이후로 제수씨 라고 변경 저장해 놓은 연락처 이름
지금껏 가영씨가 나에게 직접 연락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이례적인 경우였고, 굳이 연락 할 일 있거나 용무가
있으면 아내에게 연락해 전달해 달라는것이 전부 였었죠
그동안 5~6 개월동안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 한번 없다가 난데 없이 밤 12시가 넘은시간에 나에게 직접 연락하다니
순간 놀란건 차치하고, 불길함이 엄습해오는듯 했습니다.
[ 주임님...! 주무시는데 죄송합니다...! ]
애써 차분하고 침착하게 내뱉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수화기 너머 떨리고 흐느끼고 있음을 짐작 할 수 있는
가영씨의 가녀린 목소리 였습니다.
[ 네...제수씨...! 무슨일로... ]
옆에 잠들어 있던 아내가 통화하는중 내 목소리 제수씨
라는 호칭에 흠칫 놀라 눈을 떠 상체를 일으킨다.
아내도 놀란것이다.
[ 저...여기...병원이예요...! ]
교통사고인가..? 혹시...딸 예림이가...? 그럼 진영이가..?
기어이 무슨일이 생긴건가...?
가영씨로부터 병원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온갖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듯 했습니다.
[ 119가 집에와서... ]
[ 어느병원이예요 ? ]
왜 병원에 갔는지..무슨일로 119를 불렀는지..
대체 누가 다쳤는지..? 아니면, 아픈건지..?
묻지도 않고, 병원이름부터 물어본것이다.
[ 가톨릭 대학병원요...대명동에 있는... ]
허겁지겁 지갑과 휴대폰만 들고 츄리닝 차림으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대체 무슨일이길래 119까지 출동해서 병원으로
갔단 말인가..? 어떤 사유로 병원으로 가게 된건지 묻지도 않은채, 통화를 마치고 가는길이라 온갖 불길한 생각이
들더군요 연락해온 가영씨는 아닌것이 분명했고,
그렇다면 동생 진영이...? 아니면, 예림이가...?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고, 냉정하게 생각을 하니
예림이 보다 동생 진영이에게 무슨일이 생긴것이라는게 가장 현실적이라 생각되더군요
이제 두살밖에 안된 예림이에게 무슨 긴급한 일이 생긴것이라면 굳이 119가 긴급출동 할때까지 기다렸다가 병원
으로 이송되는것 보다 직접 운전해 가거나 택시를 이용해 병원으로 갔을거라는게 좀 더 합리적인 대처방법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불길하고 잡다한 생각의 정리 끝에는
오직 하나의 바램만이 간절 했습니다.
누가되었건...? 무슨일이건...?
제발 아무일 없이 무사 해야 할텐데 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애써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떨리는 발걸음으로 환하게 불켜진 응급실 입구를 향하다 보니 복도 한켠
의자에 가영씨가 앉아 있더군요
엄마가슴품 앞 포대기 속에는 예림이가 잠들어 있는듯
했고, 차가운 밤공기 탓인지 병원 내부 밝은조명 탓인지
꽃무늬 담요로 잠든 예림이 전체를 덮고 앉아 있었습니다.
앉아 있던 가영씨는 걸어오는 나를 발견하고는 아무말
없이 무겁게 자신의 몸을 일으켜 금새라도 울음을
터뜨릴듯 눈망울이 촉촉히 젖어 있었습니다.
몇개월 못 본사이 수척해보이고,화장기 하나 없는 맨 얼굴은 근래들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아무말 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듯 했습니다.
[ 오셨어요..주임님..! ]
어렵게 내뱉은 무미건조한 짧은 인삿말은 반가워서라기
보다 미안함이 묻어나 보였어요
[ 어떻게 된거예요..? 진영이는요..? ]
내 물음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다
[ 무슨일 생긴거예요...? 진영이는 괜찮은거예요..? ]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된 이를 진영이라 단정하고
재차 물었습니다.
[ 네..괜찮아요...이제.... ]
한참을 대답하지 않던 가영씨가 겨우 내뱉은 짧은 한마디는 아무것도 모르고 초조했던 나로써는 오히려 한숨 돌리는 반가운 소리로 들렸습니다. 속사정은 모르지만 일단은 무사한 상태라니 참 다행이다 싶더군요
[ 안에 아주버님 와 계세요...! ]
진영이의 친 형님이 이 소식을 듣고 와 계시다는 소리였다
이때 복도 맨 끝에서 우리쪽으로 걸어 들어오는 아내가
보였어요 내가 택시로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아내가 가영씨에게 연락을 했고 본인도 걱정되서 직접 차를 운전해
뒤따라 온것입니다.
현재 진영이의 상태가 어떤지 직접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친형님께서 지금 곁을 지키고 계시다니 당장 들어가는것
보다 가영씨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듣는게 우선이라
생각되었고, 그렇게 아내와 나는 가영씨로부터 지금껏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받은 느낌은 실로 상상도 하지 못할 내용이었고, 지금껏 내가 알아왔던 동생 진영이가 맞나 싶을 정도의 충격적이었습니다.
[ 진영씨가 약을 먹었어요...! 수면제요..정확히는 모르겠지
만 한 40알 정도 되는것 같아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던것 같아요..! ]
내가 지금 가영씨로부터 이 믿을수 없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과연 앞으로 어떻게 진영이를 봐야하나 싶은
걱정과 우려속에 계속 이야기를 들을수밖에 없었습니다.
[ 우리 그 일이 있은후부터 자주 싸웠어요..! 진영씨는
그 일이 있은후 항상 불안해하고, 점점 예민해져 갔고,
성격도 거칠어졌어요..! 안하던 욕도하고, 심지어는 폭행
도 하더라구요..! ]
폭언과 폭행까지 있었다는 대목에서 결국 가영씨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믿기지 않는 얘기의 연속이었어요
[ 집에 오면 밥도 안먹고, 작은방에 한번 들어가면 화장실
가는것 빼고는 다음날아침 출근할때 되서야 나오고
했으니까요..! 집에서는 대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
눈물이 흐르는 와중에도 가영씨는 목소리의 흐트러짐
없이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습니다.
[ 예림아..! 힘들면 나한테 연락하지 그랬어..! ]
이 참담한 얘기를 듣고 있던 아내가 가영씨의 어깨를 토닥
이며 함께 흐느끼더군요
[ 네...언니..! 저도 그러고 싶었어요..! 마음같아선 하루에
열번이고..백번이고 언니한테 찾아가고 싶고, 연락하고
싶었어요..! 근데..진영씨가 어느순간부터 언니네하고
너무 마음 터놓고 가까이 지내는걸 원치 않았어요..! ]
그동안 뫠 동생부부가 그토록 연락하지도 왕래하지도
않은 이유를 이제서야 알게된것 입니다.
[ 사실..진영씨가 주임님을 되게 좋아하고, 따른건 사실
이지만, 또 그만큼 지난번 자신이 저지른일 때문에 큰
실망 드린것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 했던것 같아요 한편
으로는 그런 주임님을 무서워 했던것 같기도 하구요..! ]
믿을수 없는 참담한 얘기는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 진영씨 그 스포츠토토 베팅인가 하는거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것 같아요..! 현재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빚도
상당히 많은것 같아요..! ]
지난 7개월전에 저지른빚 다 해결해주고, 다시 안할줄
알았던 도박을 계속 하고 있고, 또 빚까지 있다고 하다니
[ 예림아..! 너 이렇게 살지마..! 헤어져..! 요즘 한번 헤어진
거 여자한테는 흠도 안돼..! 나도 진영씨 지금껏 좋게
봤더니 진짜 실망이고, 정말 형편없네..! ]
가영씨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아내가 화가 치밀어
오른듯 얼굴이 빨개져서는 언성까지 높이며 단호하게
정리하라고까지 하더군요
[ 진영이가 수면제 어떻게 먹었어요..? 그동안 병원처방
받아서 수면제 40알씩이나 모아뒀던거예요..? ]
이번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게된 경위에 대해 물었어요
[ 아니예요..!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가 아니고, 약국
에서 판매하는 ○○정이라는 수면보조제 였어요..!
오늘밤에 진영씨랑 대화해보려고 작은방에 들어갔더니
수면보조제 약 빈 캅셀이 옆에 놓여있고 누워 있었어요.!
표정보니깐 몽롱해보이고, 순간 겁이났어요..!
그래서 방에서 나오자마자 119에 전화했어요...! ]
참 기가막힌 얘기의 연속이었습니다.

∙ 조회 561

댓글 8
5

청하
치섬
북구 동천동

이제는 사람으로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요즘 세상에 청하님같은 의리 있는분도 또 있을까요?

내심 부럽네요!

이글 겨우 찿았네요!

1
청하
감사와은혜
북구 읍내동

제동생이라면저는헤어지라고얘기하고싶어요

3
청하
감사와은혜
북구 읍내동

안타깝네요ㅠ

3
청하
하이얀
북구 구암동

(슬퍼요)
아직 아기도 어리고 부인한테 폭행까지ㅠ 어쩜 그리도 무책임하고 못난 사람이 된건지 안타깝네요

3
청하
나름대로
북구 읍내동

한번 시도 한 사람은
몇번이고 시도한다 들었습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나쁜 선택을 ㅜㅜ

4
청하
탈퇴한 사용자

복권이던 뭐든 한번 당첨도 큰행운인데 그행운을 감사못하고 더큰행운을 얻으려다
가정의 소중함도 모르고 생명까지 놓아버리려하네요..
아내와 아이는 무슨죄인가싶네요...중독은 참 무서운거같네요. 지금의 가정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참 좋았을듯~

3
청하
cucu
북구 구암동

아이고
우짜자고 저런 선택을..
토토를 끊지 못 하고 계속 하고 있는 자신도 힘들었겠지만
사람 변하는건 한순간인것 같아요~~

4
청하
토끼
북구 태전동

참 못난사람이군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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