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주인공은 우리 제수씨...

프로필

청하
청하
북구 태전1동
매너온도
36.8°C
아픈 인연....(실화8편)

[ 오늘의 주인공은 우리 제수씨
뭐든지 드시고 싶은거 주문하세요
내가 무조건 쏩니다...! ]
임신한 제수씨를 배려한다는 차원도 있었지만,
동생부부 연애기간에 우리넷이 함께 다니며 가졌던
느낌과 너무나 대조되는것 같아 약간 오버한다고
말했으나, 어색함만 더 하더군요
[ 당신은 동생네 한테 하는만큼 반만이라도 나한테
해보세요...! 제~발...!! ]
아내의 핀잔에 가영씨가 옅은미소로 화답한다
그럼에도 무표정으로 메뉴판을 응시하고 있는 동생
세명은 진영이의 말,행동,표정을 살피기만 했어요
주문하고...잠시후, 밑반찬이 접시에 정갈하게 담겨져
나오고, 주메뉴가 이어져 나오는 동안 동생은 자꾸만
시계를 쳐다보며 안절부절 못하는것 같았어요
[ 형님..잠시만..친구랑 통화 좀 하고....화장실 좀 다녀
올게요..! 먼저 드시고 계세요...! ]
테이블위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가는
뒷모습을 나머지 세명은 멍하니 바라 볼수밖에 없었어요
나는 누구보다 내동생 진영이를 잘안다.
알게된지 5~6년 세월에 비례하지 않더라도 잘안다.
사실,진영이는 대구에서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가 없다.
고향 상주에서 친구가 대구에 온게 아니라면 말이다.
일-운동-집 일-운동-집 밖에 몰랐던 친구였다.
젊은 친구가 미련스럽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철저 했다.

아내가 가영씨 앞접시를 자신의 가슴팍앞에 놓고는
살집이 제일 도톰한 굴비 한마리를 올리고는 대가리떼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해 배를 가르더니 몸통가시를
제거하고, 지느러미쪽 잔가시를 제거한후 아주 먹기 좋게
살코기 몸통을 만들어 가영씨앞에 놓아준다.
생선 해부솜씨가 프로급이다.
다소곳이 앉아 아내의 현란한 솜씨를 감탄하듯
바라보는 가영씨...감동 받은듯 한 표정이다
지극정성이 아닐수 없다. 아무나 받을수 없는...
임산부에 대한 최고의 배려였다.
그런 아내에게 미안함과 고마운마음을 느꼈다.
[ 뭐해...어서 들어요..가영씨..! ]
통화가 길어지는지 이때까지도 동생은 들어오지 않았다.
[ 가영씨..! 이이가 글쎄 내가 현지(딸)가졌을때
생선가시 발라주기는 켜녕 음식도 들어주지
않더라니깐~ 자기 먹느라 바빠서... ]
[ ㅎㅎ 왜요...주임님 얼마나 자상하신데요...! ]
두여자는 나 하나를 중간에 두고 들었다 놨다 한다.
그제서야 동생이 방에 들어 왔고, 아내는 얼른 동생
앞접시에 음식을 들어준다.
나에게도...형수에게도..임신한 자신의 아내에게도...
' 맛있게 드세요...' ' 많이 먹어..' 라는
말한마디 없이 숟가락을 든다.
정성스럽게, 예쁘고 곱게 차려진 만큼 맛도 훌륭했다.
네명 모두 식사를 하던 도중...
진동벨이 울린다. 동생 진영이의 휴대폰이었다.
당황한듯 ' 잠깐만요..! ' 짧은 양해의 말 한마디만
툭 던져놓고 또 밖으로 나간다.
짐작은 했지만, 친구의 전화가 아님을 확신 할 수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이번엔..그래서는 안되지만 작정하고 시간차 간격을
두고 조심히 따라 나가 봤어요
슬리퍼만 신고 나간 동생은 건물처마 뒷쪽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하고 있었습니다.
통화내용 전체를 정확하게 알아들을순 없었지만,
짧게, 짧게 끊어서 말하는탓에 당시에는 이해 안되는
내용도 지나고난후..그쪽 계통(?)의 용어를 알고 난 후엔
거의 모든 내용을 짐작 할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당근님들의 이해를 돕고자
당시 통화한 내용을 풀이와 함께 재해석 해 보겠습니다.
우선 통화 상대편 목소리는 들을수 없으니..
그 상대편 사람은 동생에게 어떻게 호칭하는지
알수없지만 동생은 상대편에게 연신 사장님...사장님...
이라 부르더군요

22번승, 25번패 32무 세조합 십만
( 조합이란..? 스포츠 베팅에 포함하는 경기수. 3경기 )
( 베팅규정상 한경기는 베팅불가였고, 2경기 이상
최대 10경기까지 베팅가능함 )
( 승: 승리, 패:패배, 무: 무승부, 홈팀기준으로 )
( 십만은 말그대로 십만원 )
' 사장님..! 한화 선발이 누구예요..?
( 한화이글즈 선발투수가 누구냐는 뜻 )
' 사장님..! 배당이 얼마예요...?
( 스포츠경기 베팅 대상팀에게 주어지는 배당률 )
기가막혔습니다.
형 부부랑 자신의 아내랑 교외로 나들이와서
토토방 사장이라는 사람과 전화통화로 베팅하고
있었던 겁니다.
통화내용에는 돈액수를 뜻하는 십만,삼십만,오십만...
하는걸 보니 베팅금액을 말하는금액 모두 합하면
백만원 단위 였습니다.
자신의 한달 월급액수를 도박판돈에 걸고 있던거였죠
정말 믿기지 않았고, 충격적 이었습니다.
그리고 통화를 끊고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합니다.
이번에는 통화 상대편이 누군지 바로 알수 있었습니다.
직장내에서 5~6명 어울려 다니는 비정규직 동료직원
중 한명과 통화중으로 보였습니다.
' 아..이번엔 이긴다니까...! '
' 얼마 베팅했는데...? '
' 확실한경기라니깐...무조건 들어와..! '
' 아이 ×팔..! 내가 지금 팔공산인데 지금 어떻게 가냐...? '
통화가 전부 스포츠베팅과 관련된 내용이었고,
심지어는 뜻대로 잘 안풀리는지 짜증섞인투로
욕까지 하더군요..저 그날 동생 욕하는 목소리
처음 들었고, 욕하는 모습 처음 봤습니다.
건물 처마 안쪽내실에서 동생의 통화내용을 듣는내내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식사하던 방으로 들어오니 아내와 가영씨는
식사하면서 대화틀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더군요
내 머릿속이 온갖 잡생각으로 혼란스럽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가영씨에게 미안한심정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것만 같고...
차라리 그 통화를 듣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 넌 누구랑..대체 무슨일이길래 그렇게 통화가 기냐...? ]
들어오는 동생에게 아무것도 모른체 말했습니다.
[ 저...뭐..아무것도 아닙니다...! ]
[ 그럼..이제 빨리 밥먹어...! ]
[ 저 많이 먹었습니다. 배불러요..! ]
동생은 거의 먹은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많이 먹었다. 배부르다 하는것이다.
[ 우리 이 근처 분위기 괜찮은 카페가서 차한잔 할까..? ]
[ 저 형수님..! 저 갑자기 급한일이 있어서...! ]
아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동생이 아내의 제안에
다른이의 의견을 사전에 차단 해버린다.
대구 도심으로 돌아오는길...
나는 아무런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할수 없었다가 맞는 표현일것이다
동생 진영이에 대한 실망, 믿음에 대한 배신감
가영씨에 대한 미안함...
돌아오는 내내 나와 동생이 무겁게 침묵하니
뒷자리에서 소곤소곤 대던 두여자도 이내 조용해진다.
동생부부네 아파트에 내려주고,
아내와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마친후 휴대폰을 들고 단축번호를 길게 눌렀다.
[ 주임님..! 어쩐일이세요...? ]
밝은 목소리의 가영씨다.
[ 제수씨..! 진영이는요..? ]
처음부터 진영이와 통화 하고자 했던 목적이 아니다.
동생과 통화 하고자 했다면, 직접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겠지만, 애초에 가영씨와 통화하고 싶은던 것이다.
[ 집에 들어 오자마자 옷 갈아입고 나갔는데요...! ]
[ 어디간다는 말은 없었어요..? ]
[ 갑자기 고향친구가 대구에 왔다고 하던데요...! ]
나의 행동에 가영씨도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의 남편에게 직접 연락해도 될텐데,
굳이 자신에게...전화해서 물어보는것이...

지금 진영이는 토토방으로 달려가고 있을것이다.
그리고 5~6명의 무리들과 함께 있을것이다.
우려했던 걱정은 현실이 되는듯 하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혼란스러움은
나 혼자의 몫이 되었다.

∙ 조회 420

댓글 10
8

청하
구스
북구 읍내동

감사합니다 ^^

1
청하
탈퇴한 사용자

8편이 생각보다 빨리나왔네요~
감사합니당~

1
청하
아재
북구 읍내동

에공 임신한가영씨가 불쌍하게 느껴지네요

2
청하
cucu
북구 구암동

과유불급...
애초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
안타까워요 ㅠ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가영씨도 안타깝고~
노름에 미치면 부모도 몰라 본다는데(낮술 얘긴가??) ㅎ
오늘중으로 다음편 기대해도 될까요?

2
청하
나름대로
북구 읍내동

그 착실했던 젊은이가
절대 절대 빠지지말아야 할곳에
빠져버렸네요 😢

가영씨가 불쌍해요

4
청하
확정
북구 구암동

저도 9편이 궁금해요~~

3
청하
그리고또여름
북구 읍내동

그래서. 어찌되었어요?
9편 빨리요

3

지금 당근 앱을 다운로드하고
따뜻한 동네생활을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