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휴게실에 있는 서너대의 컴퓨...

프로필

청하
청하
북구 태전1동
매너온도
36.5°C
아픈 인연....(실화5편)

직원휴게실에 있는 서너대의 컴퓨터앞에는 진영이가
앉아서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 보고 있고, 뒷편에는
여러명의 직원들이 그를 둘러싸고 뭔가 좋은정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지켜 보는듯 했습니다.
근무시간중임에도 잠시후 베팅해야할 경기의 정보를
분석하고 있는중이란다.
사무실이며...복도며...계단으로... 바쁘게 뛰어다니며
프린트하고,서류 갖다주고, 지나가는 직원마다
미소 지으며 밝게 인사하던 진영이의 모습이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다.
퇴근시간에 맞춰 동생 진영이를 불러냈다.
[ 요즘 제수씨랑 어때...? 신혼생활 재밌어..? ]
정작 하고싶은말은 따로 있었지만, 묻고자 한 말은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 네~형님...! 요즘 너무 재밌습니다..! ]
[ 응~그래 니가 재밌다니...형도 좋다..! ]
[ 근데...너 아직 2세 소식 없냐...? ]
그랬다. 결혼한지 이제 5개월쯤 지났으니...
동생부부의 2세 소식이 곧 들리지 않을까 기다려졌다.
[ 너 닮든...제수씨를 닮든..똘똘하거나 이쁘지 않을까..? ]
[ 노력은 하는데 아직요...! ]
하고 쑥스러운듯 뒷머리를 걸쩍거린다.
웃음과 함께 진영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동생은 당첨되서 기쁘다는데, 어찌된일인지....
나는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 아니야...! 내동생 진영이는 괜찮아...달라진건 없어..!
그깟 3만원 베팅한게 뭐 대수라고...
남자가 그럴수도 있지...
나도 간혹 1~2만원씩 로또구입 하지 않는가...? '
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못내 찜찜하고 불안한 마음은
쉽사리 떨치기가 어려웠다.
일주일 용돈을 단한번에 베팅한것이 문제가 아니라,
요즘들어 부쩍 예전과 달라진 동생의 모습이 더 신경
쓰였다는것이 맞는 표현일것이다.
가영씨와 진영이 부부는 내가 본 그 어떤 또래 청년들
보다 알뜰하고 검소했다.
비싼브랜드 매장의 옷과 신발 대신 같은 브랜드여도
좀 더 싼값에...가성비 좋은 제품을 구매하려고,
발품 팔아 이곳저곳 돌아다녀 구매했고,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데 가격이 비싸면 제품을 들었다 놨다를
몇번씩이나' 반복하며 고민했고, 신혼여행때 입을 옷과
캐리어 가방을 구매하려고 백화점 갔다가 발길 돌려
서문시장 가서 흥정하고 흥정해서 구매했던 부부 아닌가?
사실, 가영씨나 진영이 모두 집안환경이 결코 궁색해야
할 만큼 가난한 집안도 아니다.
평소 생활습관이 검소했고, 남는돈은 꼭 챙겨뒀다가
동전은 돼지저금통에 나머지돈은 저축하는 부부였다.
그랬던 진영이에게 단 3주만에 700만원에 가까운
공돈이 생긴것이다.
그 돈을 가장 먼저 이 형과 내 가족을 위해 사용했다.
진영이가 요즘 입고,신고 다니는 옷과 신발은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브랜드의 고가의 옷과 신발임을 알수있다.
남들시선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어울리지
않고 어색해 보였다,
최소한 동생의 생활습관을 잘 아는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그리고, 달라진 또 한가지...
요즘들어 진영이가 주변 동료들에게 돈쓰는 씀씀이가
커졌다. 공돈이 생긴 탓일게다.
카톡,전화,집에 찾아오는 횟수가 현격하게 줄었다.
[ 당신..요즘 사무실에서 진영씨 자주봐...?
요즘 뭐하는지 엄청 바쁜가봐...? ]
아내의 물음에 글쎄...나도 요즘 바빠서...라고 대답하고
말았지만, 신경 쓰이는 말임은 틀림 없다.
요즘은 퇴근후에 어디를 가는지 바로 귀가 하지
않는다 는 얘기인 것이다.
아내와 제수씨가 친자매처럼 지내니 제수씨가
아내에게 말한 모양이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니 사무실이 또 웅성 웅성 거린다.
주변에서 대단하다 는 말이 간간히 들린다.
무슨일인가..물었더니...또 당첨됐다는 얘기고,
그 당첨의 주인공은 동생 진영이었다.
근데...무슨 월요일 아침부터 당첨소식 인거야..!
대체 이시간에 무슨 스포츠경기를 했길래...싶어
알아봤더니 스포츠베팅 대상경기에는 여러종목이
있는데 해외경기 영국,이탈리아,스페인에서 하는
경기도 포함된다는 얘기였고, 대부분 경기는 토,일요일에
경기가 열린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나라와 우리나라는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시각 기준으로 야간 또는 새벽에 경기가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사무실이 웅성거리는 와중에 팔백, 팔백...아라는 소리가
들렸고, 실제로 당첨금이 800만원 조금 넘는다고 한다.
나역시 적잖게 놀랐지만...여기에서 다시 의구심이 들었다
첫번째 1만원 베팅해서 612배 당첨
두번째 3만원 베팅해서 50배 당첨
그럼 이번에 800만원 넘게 당첨되었다면,
대체 몇배를 맞췄단 말인가...?
언뜻 머리속에 떠오르는 숫자는 그럼 800배...??
아니었다. 내가 숫자감각이 한참 없었던 것이다.
이번 당첨 배당율은 800배가 아니라 10배 적은
82배라는것이다.
그렇다면....??
그렇다. 단순하다. 베팅금액을 10배 높였다는 얘기다.
개인이 구매할수 있는 한도액이 10만원이라 하니깐...
동생 진영이는 이번 베팅을 최고 한도액으로
베팅한 것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고,
물론, 제수씨도 이 소식을 당연히 들있을 것이다.
진영이가 가는 주변에는 항상 젊은 직원들 여럿이
몰려 다녔고, 진영이의 말한마디.한마디는 큰 이슈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실제로 진영이가 해외축구 선수의 이름,
포지션, 순위,경기일정...등 스포츠정보나 기본지식은
유창하다 못해 꿰뚫고 있는 수준이었다.
내리 3번 연속 당첨이다.
중간에 베팅해서 낙첨된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외부로 알려지기로는 내리 3번 당첨이고,
지금껏 총 당첨금액 으로는 1,500만원 이라는것이다.
이쯤되니 나도 이 녀석 정말 이쪽으로 소질 있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긴 했다.
그 일이 있은 후...더더욱 직장내에서 진영이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프린트출력 할건 많은데...예전에 비해 서류구비 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서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기에 이르렀고, 그러다보니 전체업무가 지체되는
현상이 발생 되기도 했다.
2층에 위치한 사무실에 갔더니, 있어야 할 진영이와
비정규직 직원들은 없고, 업무가 미숙한 직원 2명이
서툴게 업무처리 하고 있길래...
[ 다들..어디갔어요..! ]
나도 모르게 언성톤이 조금 높이 올라갔음을 알았다.
[ 저...그게...이거 하라고 해서.. .]
물음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다.
[ 어디 갔냐고요...! ]
[ ..탕..비실요 ]
탕비실에 가니 젊은 비정규직 직원들 5~6명이
노트북을 펴놓고 모두들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고...
[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
좀 전보다 더 높은 언성톤으로 말하니, 다들
당황스러웠는지 얼른 노트북 덮개를 덮고,
아무런 대답없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 흩어진 무리속에 진영이도 있었다.
항상 나에게 다정다감 했고,고분고분 했던 동생
진영이가 일부러 형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나간것이다.

당근님들께~!
저에게 무척 아픈 과거고 인연을 담은 실화지만,
오래전일이라 지금의 시각과 감정을 덧붙혀
작성중입니다. 1,2,3편 정도면 되지않을까 하고
시작했지만, 5편을 작성중인 현재까지도 사연의 절반
밖에 못 왔네요..길어져서 미안합니다.
재미 없을수도 있는 개인의 사연을 이렇게 긴 분량임에도
끝까지 읽어주시고,댓긁까지 남겨주고 가시는
당근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부터 부쩍 날씨가 춥네요...
이웃님들 모두 각별히 건강에 유의하시고,
따뜻한 겨울나기 하시길 바랍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6편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조회 392

댓글 2
7

청하
토토로
북구 읍내동

아픈 추억을 되새겨서 써 주신 글 감사합니다

2
청하
사감
북구 구암동

진영씨 제자리로 돌아오셔요
먼 길을가고있네요
걱정입니다~^^
처음 그 마음 자세가 낭떨어지에 떨어지실걸 생각하니 얼마나 애타셨겠어요
젊은분들 깨달음이 되면 좋겠어요
고생하셨어요
추운데 건강잘챙기시고 담 편에서 또 만나뵈요

2

지금 당근 앱을 다운로드하고
따뜻한 동네생활을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