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의 방향이 따라온 길 지금부...

프로필

우주미아
우주미아
경산시 대평동
매너온도
36.8°C
詩 채낚기/김숙영

조류의 방향이 따라온 길
지금부터는 어둠의 슬하다
달빛 아래 야광 줄이 주저하지 않고 빛을 끌어모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제물로 바쳐진 미끼들
오로지 입술만 공격해야 한다
갈고리의 신호음이 울음으로 번진다
아버지는 여러 날의 불황을 끝낼 거란 다짐을 밑밥으로 던진다
한 개의 낚싯대에 여러개의 바늘을 걸어두었으니 기다림은 쓸모없다
바닥에 닿자마자 끌어올린다
장갑 속 지문이 다 닳은 손가락
운명선마저 지워져 버린 쩍쩍 갈라진 굳은살
감각이 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물고기가 잡히는 순간 경련이 인다
드디어 이빨이 드러난 갈치의 체표가 반짝인다
해저 밑에서 나풀거리듯 칼춤을 추며 올라온 실루엣
비린 향기를 품은 은백색
아버지가 오랜만에 웃는다
바다의 서사가 발단과 위기를 지나
절정을 향해 치닫는 순간이 다가온다
그러나 만선이 결론은 아니다
자식들 다 성장했으니 바다가 준 만큼만 거둔다

이 손가락이 다 잘려나갈때까지
물고기를 낚을 것인 게 니들은 걱정 말고 공부만 혀라

그 목소리가 지금도 자식들 심장 속을 헤엄쳐 다닌다
아버지가 낚아 올린 것이 물고기만은 아니라는 듯

∙ 조회 99

댓글 6
4

info

댓글 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이예요.

info

댓글 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이예요.

우주미아
프라이드
경산시 사동

끈끈하고 모진세월을 견뎌내는 질기디질긴 부성애가 느껴지네요.

2

지금 당근 앱을 다운로드하고
따뜻한 동네생활을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