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없는 가게가 생겼어요. 뭔가...

수 없는 가게가 생겼어요. 뭔가 까페 같기도 하고 피자집 같은 분위기이기도 하고... 지나갈 때마다 궁금했었는데 어느 주말인가 저녁에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 있길래 안을 슬쩍 들여다 봤더니 세상에 도박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광경이..
카드게임을 하고 있던데 테이블 위에 카지노 같은데서 쓰는 칩도 막 쌓여있고 막 사람들 환호하고 그러더라구요.
이건 위험하겠다 싶어 얼른 돌아서서 가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아니 무슨 도박을 저렇게 훤히 비치는 곳에서 대놓고 해?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고해야하나 싶어 이것 저것 도박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고 뭐하는 곳인지도 검색해보니 홀덤펍이라더군요. 원래 카드게임을 좋아했던지라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에 몇번이나 가게 근처를 서성이다가 아..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어 발길을 돌리기를 수차례...
어느날 게임하고 있는 사람들을 밖에서 구경하고 있는데 한 남자분이 말을 거시면서 들어와서 구경하라고 하시더군요.
괜찮다고 자리를 황급히 뜨려는데 뒤에서 하시는 말씀이 자주 밖에서 구경하시던데 맥주 한잔 드릴테니 들어와 보시라더군요. 뭐에 홀렸는지 저도 모르게 가게 안으로 들어섰고 생각보다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 한번 놀랐더랬지요. 오픈이벤트로 생맥이 공짜라시며 저한테 맥주 한잔을 건네신 그 남자 분은 나중에 알고보니 직원이 아니라 법인 이사님이시더라구요. 그때부터 그분은 그 커다란 테이블에 저 한명 달랑 앉혀놓고 홀덤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기 시작하는데... 무려 40분동안 설명을 해주셨어요. (중간중간 다른 손님들 음료서빙 해주시느라자리를 비우기도 하셨지만..) 홀덤의 정식 명칭부터 유래와 역사까지.. 처음엔 좀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막상 카드를 받아들고 보니 재미있었어요. 한참 설명하시길래 중간에 조심스레 여쭤봤지요. 근데 이거 불법 아니예요? 그랬더니 그 분이 웃으시면서 그래서 못들어오시고 밖에서 망설이신거예요? 라면서 도박죄 성립부터 이것저것 설명해 주시는데 내용은 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결론은 이 가게는 불법적인 영업을 절대 하지 않는 건전한 가게라는 것이었지요.
주류나 음료를 구매하면 무료로 게임쿠폰을 주는데 그걸 이용해서 게임에 참여하는 방식이었어요. 어릴적 친구들과 자주 갔던 보드게임방이 생각나더군요. 음료를 시키면 1시간 무료로 카탄이나 할리갈리 젠가 같은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그런 곳 말이지요. 다만 이 가게는 시간제 운영은 아니고 주어진 칩이 소진되면 게임에 더 이상 참여할 수 없다는게 다른 점이었어요. 처음 갔던 저는 2만원을 결제하고 맥주 한병을 받아들고 테이블에 앉아 게임을 해봤지요. 음료티켓 한장당 주류든 음료든 하나를 마실 수 있었고요. 티켓 한장이 만원이었어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하다보니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어느새 제 앞에 많은 칩이 쌓이게 됐지요. 엄청 흥분됐던 저는 이 칩으로 무얼 할 수 있냐고 앞에 있는 여성 딜러분께 물었더니 현금성 가치는 없고 나중에 1등이 가려지게 되면 1등과 2등에게 상품으로 게임티켓을 준다더군요. 그럼 그걸로는 뭘 할 수 있냐 물으니 음료를 결제하지 않아도 그 티켓으로 게임만 다시 즐길 수 있다고 설명해 주셨어요.
칩이 많았던 저는 좀 아쉬웠지만 이 재밌는 걸 무료로 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지요. 결국 첫 날 가서 2등을 하고 티켓 6장을 획득한 저는 그 6장으로 3번 더 게임에 참여하고 함께 테이블에 앉으셨던 동네분들(20대에서 40대 중반까지 남자분 여자분 다양한)을 알게되고 서로 농담도 하면서 맥주한잔 더 먹고 기분좋게 집에 왔어요. 그 이후로 몇번 더 가게를 찾게 되면서 지금은 단골 중 한 사람이 되어버렸네요. 여러번 다니면서 알게된 사실은 세븐레드라고 하는 곳이 단순한 개인 사업장이 아닌 법인회사라는 점이예요. 가게도 한군데가 아니라 신촌 마포 고려대 명지대 현재 이렇게 네군데라더군요. 스타벅스처럼 다 본사 직영으로 운영된대요. 본사는 명지대점 2층인데 또 한번 놀란건 그 2층 사무실을 동네 주민들을 위한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처음에 도박장이라고 꺼려했던 제 모습이 부끄럽더라구요. 법인 이사님들이 여섯분인가 일곱분인가 그런데 다들 친절하고 젠틀한 분들이었어요. 어디 대학교에 관련학과도 개설해서 강의도 나가실 거라던데 아무튼 요즘엔 저녁시간이 무료하면 홀덤하러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러 홀덤펍에 가곤 합니다. 저처럼 궁금하지만 두렵거나 무서워서 가보시길 꺼려하는 분들을 위해서 장문의 글 남겨 봅니다~
우리 이웃 분들 몸은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날들 되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