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따운 여성분이 말을 걸면 조심하십시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이었습니다. 상당히 아리따운 여성분과 자꾸만 눈이 마주쳤죠. 같은 칸에 탔고 저는 입구 사이드 왼쪽에 그분은 오른쪽에 서 있었는데 열차가 출발하고 힐끔 거리는 시선이 느껴지던 그 때, 그분이 저를 향해 총총총 걸어와 양손으로 어깨를 두드리더군요. 마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용기 내어 다가온 것처럼 말이죠. (하...드디어 나에게도 봄이 오는건가?) 그녀는 제 스타일을 칭찬하며 스몰 톡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아리따운 분이 말을 거시니 제가 어찌 대화를 거절할 수 있었겠습니까? 나이를 묻더군요. 제 나이는 25, 그녀는 반달이 된 눈으로 저를 보며 "어머, 제가 누나네요! 저는 28살이에요!"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리따운 3살 연상? .... 완벽한 저의 이상형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직업을 물어보았고.. 그녀는 퍼스널 브랜딩 컨설팅을 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예전에 지하철에서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따여 본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그때는 쑥스러움에 주지 않고 두고두고 후회했었죠. 이번에도 그저 제가 좋아 번호를 딴 것인 줄 알았습니다.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마음으로 그녀와 편한 시간과 장소를 이야기하며 다음을 약속했고,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교환한 뒤 헤어졌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스타일을 칭찬하며 번호를 따 갔다? 아주 그냥 하루종일 입꼬리가 귀에 걸립니다 진짜. 자존감이 넘치다 못해 빅뱅이 폭발한 것 마냥 끝없이 팽창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설레는 마음으로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다니는 회사가 궁금해졌기에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회사는 찾기 쉽지 않았고, 여러 방면으로 구글링을 한 결과 겨우 컨설팅 후기 블로그 하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회사 찾기... 사업자 번호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회사 사이트를 찾아가 보니 낯선 '협력체 회사'가 있더군요. 그리고 그 협력체 회사 사이트를 들어갔을 때 보이는 문구... .....바이블..... "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ㅇ악!!!"(비명을 지르는 소리) 그렇습니다. 제가 만난 아리따운 누나의 정체는... 사이비였던 것입니다. 저는 눈물을 머금고, 설레어 들떴던 심장을 다시 조심히 내려둡니다. 그리고 그녀의 전화번호도... 차.단. 이제야 드는 생각...사실 예전에 인스타 아이디를 따려고 했던 그때 그 아리따운 여성분도... 혹시 사이비가 아니었을까? 하...친구들한테 떵떵거리며 자랑했는데..... 놀림당할 생각에 다시 가슴이 설레오네요;; 후...다들... 이쁜 여자가 말 걸면 조심하십시오. (특히 저 처럼 이목구비가 개성이 넘친다면 더욱 의심하고 또 의심하십시오.) #사이비
장안제2동·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