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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강아지와 갈 수 있는 커피숍에 불광천 벤치라고 하시고 사람들의 반응에 화가 나신 선생님께,

지금은 글을 삭제하셨지만 지켜보다가 우리 모두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한 말씀 드릴게요.

"겁나서 질문에 댓도 못하겠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네, 이거 정말 중요한데 우리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너무 소홀하게 생각해왔던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질문에 답을 하려면 질문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고 자신이 답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다시 말해 질문자가 원하는 정보를 갖고 있는지) 생각한 뒤 관련된 정보를 질문의 범위 내에서 (즉 그 범위을 넘어서지 않게) 도움이 될 의도로 답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 주변에 "겁나서 농담도 못하겠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시면 다시 생각할 부분을 찾으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자신에게는 분명 '재밌다고' 느껴진 이야기가 타인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요즘 이것을 폭력이라고 불러요.) 오랜시간 한국의 대표적 코메디쇼였던 프로그램 하나가 시청자들의 외면 속에서 폐지된 한 가지 이유도 한국에서 그동안 '먹힌다'고 생각되어 온 많은 '개그'들이 타인(여성,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소위 사회적 약자들)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면서 이들을 희생시켜 그 외의 사람들에게 웃음을 유발했기 때문이죠. 우리는 유머를 인간이 가진 미덕 중 하나로 생각하지만 유머가 획득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누군가를 조롱해서 상처 주지 않고서 웃음을 유발하는 말그대로 보편적인 유머코드를 찾아내는 건 특별한 노력과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질문자는 정말로 알고 싶어서 그 정보를 아는 분들에게 도움을 얻고자 질문을 한 것인데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를 답이라고 하고 그걸로 인해 그 문제를 파악한 사람들 사이에서 불편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여기에 변명을 하고 다시 반응이 나오는 식으로 주변적인 이야기가 길어지면 누구나 애초에 그 말을 답변이라고 간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나아가 타인의 질문을 빌미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으로 불쾌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A가 어딨나는 질문에 적절한 답변은 "A는 저기에 있다"가 되어야 할 텐데 "B는 여기 없다"고 답할 때 우리는 어렵지 않은 질문에 대한 맥락을 벗어난 답변을 통해 답변자가 시도한 것은 사실 답변이 아닌 다른 무엇, 가령 조롱이나 시비걸기 등으로 해석하기 십상입니다. 이게 과연 조롱이나 시비로 해석한 사람들의 문제일까요? 적어도 질문이 오해의 여지가 없이 명확할 때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타인과 대화를 할 때, 우리는 대화라는 게 <협력적 작업>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공감>과 <도움>에 강조점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겁나서' 무엇을 못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이전에 '겁없이' 아무 말이나 해서도 안 된다는 점 역시 함께 염두에 두는 것이 성숙한 대화자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요.

사랑하는 반려견과 외출해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분이 동물출입을 제한하는 가게가 대다수인 한국사회에서 그 정보를 구하고자 물은 질문이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가령 출산율 저하로 인구 소멸 직전인 한국사회에서 노키즈존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면,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파스타집을 찾는 아이 부모에게 키즈카페나 편의점에 가서 파스타 전자렌지에 돌려 간이의자에 앉아 먹으라고 누군가 '답변'이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이러한 '답변'은 답변으로서 적절하지도 않을 뿐더러 나아가 상대방과 듣는 사람들에게 답변자가 아동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지닌 사람이 아닌지 혹은 적어도 아동이나 육아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겠지요. (이 둘의 차이가 그렇게 큰 것인지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 공감의 부족이나 결여는 차별의 필요조건이고 나머지는 정도의 차이에 불과할 테니까요.)

그래서 원래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은 동물 출입이 허용되는 특정된 지역 내 위치한 카페를 알려드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포함해야 합니다. 일단 불광천 벤치는 카페가 아니잖아요? 그게 질문과 무관한 내용으로 '아무말'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가 그걸 모르냐?"라는 반응이 되돌아 온 것이고요. 무엇에 그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감정에 그토록 민감하신 분이라면 더더욱 타인의 감정 역시도 세심하게 배려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타인에게는 전혀 재밌지 않은 무관한 내용을 관련 답변을 아마도 애타게 기다리고 계셨을 질문자가 접했을 때 느꼈을 당혹감과 무례함을 미리 헤아리지 않고 해버리신 부분에 대해 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아무 악한 사심 없이 순수히 하는 말'이라는 게 그 자체로 그 말에 대해 문제삼을 게 없다는 걸 함축하지 않아요. 대화는 인격체들 사이의 교류입니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방의 인격도 고려가 되는 게 당연하다는 말이고요. (여기서 상대방의 인격이 얼마나 고려되어야 하는지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확히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나이나 사회적 지위나 성별과 같은 것은 인격의 동등함을 차등화하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시대가 변했다고 예전에는 안 그랬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네! 우리는 변한 시대를 살고 있고 예전을 말하는 분들도 오늘을 살고 계시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는 앞으로도 변할 것이고요. 우리는 우리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가야 한다고 믿지 않나요?) 그래서 억울해하고 화가나신 선생님께 상대방의 그리고 대화를 지켜본 다른 인격체들의 심리상태는 어땠을지 생각해볼 것을 진심으로 정중히 권유합니다. 더이상 성적인 의도가 없다고 해서 동의없이 타인을 만져서는 안 되고, 순수하게 너무 예쁘다고 생각해서 부모의 동의없이 타인의 아이에게 초코바나 사탕을 줘서도 안 되며, 순수하게 칭찬하려는 의도로 타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말을 해서도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시민사회의 덕목이 우리 공동체에 진정한 상식으로 자리하면 좋겠습니다.

∙ 조회 98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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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경위는 모르겠으나 저도 한마디 올려봅니다.
불과 몇달전만해도 유럽에서 살다 왔습니다.
솔직히 유럽도 반려동물 출입이 불가능한 식당 카페 정말 많습니다.
유럽의 견주들도 이를 알기에 불편하더라도 테라스를 이용하거나, 출입이 가능한 장소를 방문하는데오....
내로남불의 자세로 일반화를 시키고, 상대와의 접점에서 본인의 의도와 다른 타협점에 대하여 경솔한 언행을 일삼는 한국사회가 여전히 곯아 있다고 많이 느낍니다.
특히 연령층이 높을 수록 그런 경우가 상당하구요.....
본인의 의도와 다른 환경 및 규율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아니라 봅니다.
저역시 다시 한국생활을 하는 중이지만 지나칠 정도로 간섭하며, 다름에 대해 존중하지 않고, 본인들의 의도대로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식의 잣대를 들이대는 어른들이 너무 많아 가끔은 힘드네요...
각 개개인이 모인 곳이 사회입니다.
그만큼 각각의 규율에 대해 존중해주셨으면 합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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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gr
은평구 응암동

'특히 연령층이 높을 수록 그런 경우가 상당하구요.....'라는 부분에 공감하는바입니다
할말이 많지만 하지않겠습니다ㅎ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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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뎅
은평구 응암동

구구절절히 옳으신 말씀 입니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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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데이
서대문구 남가좌제2동

문장을 잘 쓰시네요... 잘읽었습니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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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
은평구 녹번동

과한 pc는 과한 불편함을 낳는다

BMO
공룡마
은평구 녹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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