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미터도 안 되는 좁은 골목이...

프로필

마중물독서논술곶감선생
마중물독서논술곶감선생
성북구 하월곡동
매너온도
36.5°C
월곡동의 골목길 풍경/김양경

사 미터도 안 되는 좁은 골목이지만 골목 안에도 사거리가 있다. 사거리에는 사람들이 사방에서 나타나고 사방으로 흩어진다. 안 보였던 사람이 갑자기 보이고, 보이던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월곡동논술학원 마중물독서논술

내가 골목 사거리로 나가고 있을 때였다. 동네 할머니 한 분이 어르신밀차에 큰 화분을 싣고 가고 있었다. 허리가 굽은 할머니는 밀차를 미는데 잘 안 밀렸다. 보니 바닥에 5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턱에 걸려서 밀차가 넘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화분의 크기가 너무 컸다. 힘은 없어도 싣고 가야 할 것은 많은 할머니는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짐을 싣고 가져가려고 했을 것이다. 몇 번은 성공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 조금씩 더 큰 것을 싣게 되었을 테고. 할머니는 평상시 늘 그랬던 모양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밀차를 밀고, 밀고, 또 다시 밀었다. 짐이 조금 가벼웠다면 할머니의 미는 힘에 넘었을 턱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짐의 무게가 컸던가 보았다. 할머니는 몇 번을 더 밀고, 밀었다. 그러다가 밀차의 손잡이에서 힘을 풀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멀리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할머니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할머니가 주위를 둘러 볼 때 나는 걸음을 조금 더 빨리하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 손을 뻗으려는데, 웬 남자가 불쑥 나타나 밀차를 밀어서 턱을 올려주었다. 월곡동논술학원 마중물독서논술

“아이쿠, 고마워요.”

월곡동논술학원 마중물독서논술

“아닙니다. 별 말씀을요.”

밀차를 밀어주고 남자는 가던 길을 갔다. 남자 입장에서는 내가 불쑥 나타난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나와 남자는 골목 양 쪽에서 중앙에 있던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양 쪽에서 나타나 할머니의 밀차를 밀어드리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남자가 나보다 상황 파악이 좀 더 빨랐거나 걸음이 빨랐을 것이다. 그 남자는 할머니의 밀차를 밀어 드리고 지나갔고, 몇 걸음 차이로 밀어 드리는 것을 놓친 나는 고마워하며 웃는 할머니와 그 남자의 뒷모습을 봤다. 월곡동논술학원 마중물독서논술

21.8.7.

∙ 조회 222

댓글 2

마중물독서논술곶감선생
순자
성북구 하월곡동

넘 훈훈한 이야기네요

1

지금 당근 앱을 다운로드하고
따뜻한 동네생활을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