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아침이면 할아버지 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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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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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물의 이별

어릴적 아침이면

할아버지 쇠죽 끓이시고
할머니는 누룽지밥을 지으시고
복잡 다양한 냄새에
잠이 깼다.

새벽부터 지푸라기와 왕겨를 섞어
무쇠솥에 쇠죽이 끓으면

나는 부지런히 숲속에서
아침일찍 따온 청갈버섯 꼭지를 따고
갓속에 굵은 소금 뿌려 호박잎파리에 싸서
쇠죽 위에 올려두고
꼼짝도 않고 기다리면 팔팔끓어 건져올리면
잘 익은 청갈버섯 한입에 쏘옥
버릇없이 혼자 먹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쇠죽을 몇번이고 여물통에 담아두시면 소들이 주섬주섬 되새김질을 한다.

얼마나 맛있을고!

어미소가 잘도 자라 어느새 새끼를 낳으면
바로 바로 혓바닥으로 깨끗이 양수를 핥아준다.

낳자마자 일어서는 그 녀석 참 힘도 좋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다녀오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누렁이가 팔려간다.

어미와 헤어지는 순간에도
버티고 버텨 차에 타기를 거부하는
가슴미어져 찢어지는 이별

난 그때 처음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물

왕방울만한 눈가에 그렇게 커다란 눈물방울이 맺혔던 그날을 지금도 난 잊을 수가 없다.

어미소와 송아지는 별이 되었다.

어미소는 고향집 하늘 위에
송아지는 새집 하늘 위에

아비없이 자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슬픈 줄 알았었는 데
나 보다 더 슬픈 일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어미소와 아기소가 생이별 할 그 때
슬퍼서 나도 함께 울었다.

∙ 조회 218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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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사랑이
예수사랑이
춘천시 동면
작성자

평안하세요^^
저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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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사랑이
풍경이(탈퇴)

시인 보다 잘쓰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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