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듯 시간은 40후반...
하루 종일 치열했던 소음이 정지 화면처럼 멈춘 시간.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집은 어김없이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습니다. 구두를 벗는 작은 소리조차 민망할 만큼 고요한 현관을 지나, 불도 켜지 않은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건 온기 없는 공기와 창밖 가로등 불빛뿐입니다. "다녀왔습니다"라는 말은 목구멍 뒤로 삼킨 지 오래라 이제는 가물가물합니다. 비어 있는 식탁, 채워지지 않는 허기 대충 겉옷을 벗어 던지고 냉장고 문을 엽니다. 환하게 쏟아지는 냉장고 불빛이 오늘 하루 중 가장 밝은 빛이라는 사실이 서글퍼집니다. 주방 불조차 켜지 않은 채, 차가운 캔맥주 하나를 꺼내 식탁에 앉습니다. 안주도 없이 들이키는 첫 모금은 갈증을 해소하기보다 가슴 한구석을 더 쓰리게 만듭니다. 스마트폰 너머 타인들의 화려한 일상을 무의미하게 넘기다 보면, 정작 내 세상은 이 사방 2미터의 어둠 안에 갇혀버린 것만 같습니다. 마흔 후반, 삶의 무게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인생의 중간 지점입니다. 누군가의 아들로, 혹은 사회의 일원으로 내 몫을 다하려 애썼지만, 정작 나를 안아줄 온기 하나 남기지 못한 채 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술기운에 몽롱해진 시야 사이로 보이는 건 어둠 속에 덩그러니 놓인 양말 한 켤레뿐. 내일이면 또다시 불 꺼진 이 방으로 돌아오기 위해, 다시 불 켜진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유독 시리게 다가옵니다.
세교동·고민/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