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세요. 대장이(푸둠이)의 새로운 보호자입니다.
‘대우아파트와 선경아파트 사이에 사는 고양이’라고만 말해도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대장이의 얼굴을 떠올리곤 했지요. 대장이, 고양이, 푸둠이, 봄이, 가을이…… 계절마다 하나씩 붙은 이름도 모자라, 저마다의 애칭이 담긴 이름을 가진 고양이였습니다. 저희집에서는 통통하고 푸둠한 모습이 귀여워 ‘푸둠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제가 대장이를 쓰다듬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이웃분께서 “선경이 잘 있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어요. 아직도 제가 모르는 새로운 이름이 있다는 게 좋아서, 일기장에 ‘대장이가 사랑을 많이 받는 게 좋다’고 적어둔 기억이 납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건과 사고, 갈등과 모진 날씨를 모두 이겨낸 대장고양이지만, 이번 장마는 유독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 그칠지 모르는 소나기와 폭염이 번갈아 이어지면서 대장이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병원에 가기 전 제가 대장이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날에도, 비를 쫄딱 맞은 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몸을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급하게 새벽에 수건을 들고 나가 온몸을 닦아주고 밥을 먹였지만 많이 불안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뒤 ‘대장이’라는 이름을 처음 붙여주신 보호자께서 탈진한 대장이를 발견하셨고, 병원 검사 결과 대장 용종 의심 소견과 장염을 진단받았습니다. 대장이는 일주일 동안 입원하며 여러 차례 위기를 넘겼습니다. 이후 기존 보호자분들과 충분히 이야기한 뒤, 저희 집의 한 공간을 정비해 대장이를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7월 29일 저희 집에 온 대장이는 처음 며칠 동안 밖이 그리운지 창밖을 오래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밥도 먹고 약도 잘 먹으며, 걱정했던 것보다는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현재는 시원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충분히 쉬며 지내고 있습니다. 약 10년 동안 자유롭게 동네를 오가던 푸둠이, 대장이를 보면서 저는 늘 생각했습니다. 밖에는 위험한 것도 많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행복한 삶일 것이라고요. 하지만 이제는 대장이에게 바깥의 위험이 점점 더 크게 다가오는 상황이라, 앞으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주려고 합니다. 이제 대장이는 대우아파트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갑자기 모습이 보이지 않아 걱정하셨을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이렇게 소식을 전합니다. 대장이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안전한 집에서 돌봄을 받으며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채로운 애정과 자유를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온 고양이가, 이제는 남은 시간 동안 편안한 바람을 느끼며 새로운 방식의 만족을 발견하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대장이에게 애정을 주셨던 분들이 많아 가능한 한 빨리 소식을 남기고 싶었지만, 대장이를 맞이한 첫 주가 정신없이 지나 이제야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대장이의 다양한 가족이 되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대장이에게 건네주셨던 응원과 칭찬, 그리고 곁에서 몰래 털어놓았던 속마음까지도 대장이는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대장이를 우리 동네의 행운의 고양이로 기억해주시고, 마음으로 계속 응원해주세요. 기회가 된다면 대장이의 소식을 다시 전하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여러분도 부디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감사합니다.
Ps. 푸둠이가 병원 검진받을때 확인해보니 나이가 무려 16살이더라고요. 중학생의 나이라니 놀라웠습니다
주민분들의 사랑을 무한히 받아서 16년동안 밖에서 잘 살 수 있었나봅니다. 얼마 전에 시원하게 스파도 받아서 깨끗하게 용모단정의 시간도 보냈네요ㅎㅎ 저희도 푸둠이의 남은 생을 사랑과 정성으로 잘 돌봐보겠습니다
26.08.14(금) 대장이의 새로운 보호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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