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봐주는 사람입니다~ 약 3개...

돌봐주는 사람입니다~

약 3개월전쯤 산책중에 목줄없이 다니는 호평이를 발견하게 되었고, 인식표가 없어 유기견인줄 알았으나 당근마켓과 맘카페를 통해 약대울 옆 산중턱에서 사는 아이라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80세 할아버지 내외분께서 마당에서 키우는 강아지인데 원래는 사람을 무서워해서 집 마당을 벗어나지않았다고 해요..
그러다 약수터를 찾는 등산객을 따라 아래로 종종 내려오던게 이제는 활동반경이 넓어져서 호평내 안쪽으로 까지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어찌 용케 집을 찾아가는지 5-6시쯤이 되면 알아서 귀가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에 할아버지께 집에서 기르시는건 어떻냐 권유드렸으나 개를 집안에서 키운다는 인식이 없으시고, 차선책으로 개장에 넣어두니 밥도 먹지않고 개장 문 앞에만 앉아있더랍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다시 꺼내주었고 요즘도 호평이는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호평이 목격하신 분들이 목줄이 없으니 유기견인줄 알고 걱정을 많이 하셔서 제가 사비로 하네스를 채워주었습니다.
하네스에는 유기견 아니라는 문구와 제 연락처가 적혀있습니다.
(할아버지가 귀가 안들리셔서 제 연락처를 적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혼자 돌아다니는 호평이를 발견한 주민분들이 전화를 주시면 산책견이니 그냥 두시면 된다, 집으로 가는 중일거다 말씀드렸고 많은 분들이 호평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최근 일어난 남양주 개물림 사건 이후입니다.
호평이를 발견했다는 전화에 유기견인줄 알고 연락주셨나 싶어서 산책견이라 곧 알아서 귀가할 것 이라 말씀드리니 돌아온 대답은 그런건 상관없고 위협적이니 당장 데려가라는 답변이였습니다.
호평이가 사람에게 달려드는 강아지가 아닌데 위협적이냐 여쭤보니 그냥 존재만으로도 위협적이라는 대답이 너무 황당했습니다..
그뿐이 아니라 경찰에 신고해서 유기견 센터에 보내버린다는 분,
책임도 못 질거면서 왠 오지랖을 떠느라 주인도 아닌데 전화번호를 적어놨냐는 분 등등
협박성 전화와 일방적인 비난 문자가 많이 오고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강아지를 좋아하는건 아니라는걸 잘 알고있습니다.
큰 개뿐만 아니라 작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고, 특히 아이들은 그냥 강아지 자체를 무서워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제게 비난문자 보내시는 분들께 여쭤보고싶네요
만약 거기 있던 강아지가 호평이가 아니라 작고 귀엽게 생긴 말티즈나 포메라니안, 비숑같은 외모였어도 존재만으로도 위협적이라고 연락하셨을까요?
정말 호평이가 위협적이였나요? 위협적이라는 아이 근처에 가서 하네스를 잡아 하네스에 적힌 제 번호로 전화를 하고 아이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실 수 있나요?

6/2일 이후로 신고, 민원횟수가 쌓여 동물복지과에서 면담연락이 왔습니다.
덕분에 오늘부로 하네스에서 제 연락처는 빼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두번도 아니고 매일 같이 오는 비난성 연락에 저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앞으로 호평이를 발견하는 분들이 호평이를 아는 사람 혹은 강아지에게 호의적인 사람이라면 무사히 지금처럼 지낼 수 있을 것이고,
운이 나빠 저에게 비난문자 보내시는 분들 같은 사람에게 발견된다면 신고가 되어 보호소에 들어가게 되겠죠.
저는 호평이를 데려와 키울 수 없습니다.
데려와 키우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해줄 수 있는 관리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인식표착용, 심장사상충약 복용, 프론트라인, 매일 놀아주기 등등)
할아버지는 집안에서는 못키운다고 하시고
산책을 해줘야한다는 인식도 없으시니 개장에 넣어두시겠죠.
호평이는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며 앉아있어야 하구요.
아니면 보호소로 인계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남양주 보호소는 안락사비율도 높고 관리가 안되기로 악명이 높죠.
제게 비난문자 보내시는 분들은 이런 결말을 원하시는 건가 싶네요.
조금만 색안경을 벗고 호평이를 바라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