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문 앞에 놓인 따끈한 봉투를 품에 안고 들어왔습니다. 고소한 냄새가 먼저 들어와 마음까지 먼저 앉았습니다. 봉투를 여는 순간, 반짝이는 간장빛이 저를 먼저 바라보더군요. 바삭한 옷 위로 윤기가 얌전히 번져 있고, 통깨가 별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한 조각을 조심스레 집어 들자 손끝에 전해지는 온기, 그리고 첫 한입. 단맛이 먼저 길을 열고, 간장의 짭조름함이 뒤를 따르며, 마지막에 은근한 마늘 향이 오래 머뭅니다. 오늘 하루 쌓였던 고단함이 바삭 소리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치킨무를 하나 집어 입안을 맑게 비우고, 다시 한 조각. 혼자 먹기엔 아까워서 창밖으로 스며드는 가을 바람에게도 한입 권하고 싶은 밤입니다. 휴대폰 속 넷플릭스는 잠시 멈췄지만, 제 작은 식탁 위에서는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오늘도 수고했어.” 간장치킨이 그런 말을 대신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동삭동·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