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도관 동파를 이겨낸 한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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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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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동안 네 분의 설비 기사님과 우여곡절 끝에 인생

첫 수도관 동파를 이겨낸 한풀이+정보글입니다.
긴 글 원치 않고 정보만 궁금하신 분은 쭉 아래로 내리시면 됩니다. (****** 부분)

(참고로 전 오래된 빌라에 거주하는 1인 가구입니다)

2주 전쯤 본가에 내려간 사이 수도관이 동파되어, 물을 막아놓고 설비 기사님을 부르려고 당근에 글도 올리고 검색도 해봤습니다.
올 겨울 물이 얼어서 안 나온 적은 있어도 평생에 걸쳐 아예 동파가 된 적은 없었어요.
확인해보니 계량기 옆 파란색 호스같은 관이 찢어졌더라고요. 얼었다 녹으며 동파된 모양새ㅠㅠ (120 다산콜센터에 전화해서 서울시에서 기사님이 왔다 가셨는데 계량기 동파가 아니라서 제가 따로 수리해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1. 첫 번째 설비 업체
처음으로 연락이 닿은 설비 업체는 굉장히 불친절한 말투로 사진 보시더니 35만원쯤 나올 거라고 하십니다. 일단 알겠고 다시 연락 드리겠다고 했어요. 시세를 전혀 몰라서 다른 곳에도 전화를 해봐야겠더라고요.

2. 두 번째 설비 업체 (긴글&혈압 주의)
두 번째 연락이 된 설비 업체는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20만원 정도 나올 것 같다 하셨고, 다음날 와서 확인하시더니 관 규격이 안 맞아 새 부품을 가지고 오늘 저녁이나 못해도 내일 오전에 오시겠다고 합니다. 알겠다고 했죠.
그날 저녁 안 오셨고, 다음날 오전에도 기다렸는데 안 오셨습니다. 연락도 없었고요.
오후에 연락을 해보니 이러저러해서 못 갔다며 오늘 저녁이나 못해도 내일 오전에 오시겠다고 합니다. (데자뷰ㅎㅎ) 알겠다고 했죠. 설마 사람이 이틀을 뺀찌먹이려고...
그날 저녁 안 오셨고, 다음날 오전에도 안 오셨습니다. 연락도 없었고요. (데자뷰 ㅎㅎ2)
전화하니 안 받으셔서 문자로 컴플레인 하고 통화 후 사과 받고 스케줄 재조정 했습니다. (이때도 제가 화난 목소리로 차분히 이야기하는데 마치 삐진 사람 대하듯이? 내일은 꼭 갈게요~ 하며 애교있는 말투로 말씀하시는데 이것도 은근히 화났어요. 전 기사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화난 거지 삐져서 기분 풀어줬음 하는 게 아닌데.)
일요일 2~5시 사이에 오기로 하시고, 당일 낮에 ‘4시에 가겠습니다’라는 문자까지 받아서 드디어 물을 쓸 수 있겠구나 했죠.

4시가 됐고, 기사님이 안 오시더라고요.
전화도 안 받으시고, 문자도 씹으시고...
너무 화나고 속상했어요. 집에 물 하루라도 안 나오면 얼마나 힘든데 지금 벌써 4일째 사람 갖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못 오신다고 연락이라도 주셔야하는 거 아닌지ㅋㅋ
제가 1인 가구의 어린 여성 같으니 적당히 자기 입맛대로 우선순위 조정하고 약속 어겨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싶고... 친절하게 대해주시길래 저도 같이 친절하게 대하니 이렇게 돌아오는 건가 싶고.. 괜한 생각들에 더 속상해졌습니다.

3. 세 번째 설비 업체
두 번째 업체는 잠수를 타버려 포기하고, 또다시 당근에 다른 설비 업체를 찾아 전화를 드렸습니다.
20만원 정도 나올 것 같다고 하셨고 다음날(오늘) 와서 보시기로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오셔서 확인하시더니 이건 공사가 커질 거라 45만원 정도 나올 거라고 하면서 처음엔 존댓말로 시작해 나중엔 그냥 대놓고 반말을 하시더라고요.
전 누가 초면에 그런식으로 반말하면 항상 저도 반말 섞어가며 말해와서 ‘아 그래? 진짜? 아~ 그래서?’ 하며 대답해버렸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가격이 크게 올라 ‘원래 오시기로 한 다른 기사님께 한 번만 연락 드리고 다시 말씀 드릴게요’ 했더니 조금 화나신듯한 목소리로 ‘그럼 나는 갈테니까 그냥 그 사람한테 받으라’하고 통화 종료했습니다.
(와서 견적까지 봐주신 상태에서 그냥 가시게 한 게 죄송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미 직접 확인한 두 번째 기사님이 20만원을 부른 상태에서 45만원을 지불하는 건 비합리적이라 생각했어요)

이쯤 되니까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물 안 나오는 것도 서러운데.. 그냥 업체 불러서 수리하면 끝인줄 알았는데 사람 대 사람 문제로 맘고생 할 줄은 몰랐죠.

4. 대망의 네 번째 기사님. 저의 영웅. 설비 짱짱맨. 양심 업체.
그렇게 세 번째 기사님을 보내고 눈물을 닦고 당근에 다른 업체를 검색해서 아무데나 전화를 했습니다.
한 시간 후에 가서 견적 보겠다고 하셨어요.
딱 시간맞춰 열 시에 오셔서 계량기함 확인하시더니

“견적 6만원 나오겠네요”
하시더라고요
ㅋㅋㅋ

괜히 다른 기사님들이 얼마 불렀는지 말하면 일 커질까봐 걱정이 돼서 정말 그냥 관 하나만 교체하면 끝이냐고 몇 번이나 여쭤봤는데 ‘예 그냥 교체하면 돼요.’ 하시네요ㅋㅋ
지금 바로 수리 가능하다고 하시더니 15분 후에 변기에 물 차는 소리.. 보일러에 물 차는 소리.. 수도꼭지에 물 차는 소리가 납니다ㅠㅠ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수리 끝났고 계좌 문자로 넣어주신다구. 내려가서 확인할 거 있냐니까 그럴 필요 없다며 사진으로 교체한 수도관 사진도 보내주셨어요.

몇날며칠을 고생했는데 이렇게 15분 만에, 심지어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필요한 부분만 시공해서 뚝딱 해결해주시다니. 기사님께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물 나와서 보일러도 때고 빨래도 돌리고 긴 샤워도 했어요.. 이제 못한 설거지 하기 전에 이렇게 글 씁니다ㅜㅜ

******
설비 업체 이름은 ‘용진건설’입니다. 동네분들은 당근에 검색하면 아마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한 줄 요약: 수도관 동파. 업체 세 곳에서 큰 공사 될 거라며 20~45만원 불렀으나 한 줄기 빛과 같은 용진 건설 기사님이 6만원에 필요한 부분만 뚝딱 고치고 쿨하게 가심
******

물이 얼거나 계량기가 동파되는 일은 잦아도 수도관이 동파돼서 고생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아요. 저도 당근에 검색하니 정보를 묻는 글이 많더라고요. 저도 썼었고요.

제가 쓴 하소연+정보글이 다른 동네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긴 글 적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합리적이고 양심적인(전 전문가가 아니라 함부로 판단할 수 없지만.. 문제 되는 최소한만 먼저 고치고 확인 후 큰 공사 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설비 업체가 정말 반갑고 감사했어요.

일단 부를 일이 안 생기는 게 가장 좋겠지요ㅎㅎ 제가 아직 1인 가구 생활이 서툴러 겨울철 동파에 제대로 대비를 못한 잘못이 큰 일이라, 큰 피해 없이 저 혼자 불편하고 끝난 이번 일을 계기로 다음부턴 계량기함과 물 틀어놓기에 더욱 신경 쓰려고 합니다^^;

이제 봄이 다 오긴 했지만, 다른 이웃 당근님들도 동파 조심하시고 건강 조심하세요ㅎㅎ

(혹시 글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조회 576

댓글 7
24

윤42
크로롱(휴면)
관악구 행운동

그 차후에 또 동파될수있으니 수도관 열선 설치해두세요 꼭 센서 있는 모델루요 그러면 십년은 걱정없고 나중에 그냥 띄어가면 끝나요!

윤42
프로콜리
중구 태평로1가

와 고생하셨어요ㅠㅠ 그래도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네요. 좋은 정보 공유도 감사해요

윤42
동아
강북구 인수동

4번째 천사 기사님... 축하축하 ㅎㅎ

윤42
LaBel(탈퇴)

우와~~~ 기사님 멋진 분이네요~👍👍 맘고생몸고생한거 한방에 보상받은 기분이시겠네요~
이런분들덕에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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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이예요.

윤42
길잡이별
관악구 신원동

와 ㅠㅠ 맘고생 몸고생 너무 수고 많으셨네요 아주 후기에 눈물짠내가 😢
양심업체를 만나기까지 이리 고생하셨네요
맘같아선 비양심업체 이니셜이라도 남겨달라고하고싶네요 부들부들 진짜 수고하셨습니다

윤42
안지윤
관악구 신림동

1인가구로써 공감...(동파된적 없는건 함정... 근데 물도 틀어놔본적 없는데 운이 좋았는듯...)

윤42
별빛은하수(탈퇴)

와...이래서 발품팔이가 중요한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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