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오가는 계절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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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오가는 계절처럼
꿈과 희망을 싣고 달려온
봉급쟁이 생활 20년 동안
늘어날 줄 모르는
쥐꼬리만 한 봉급을 가져다주는
남편을
한 번도 원망하지 않은 채
긴 시간을 함께해준
아내의 머리 위에는
이젠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친구되어 있있고
손에 쥘 듯 작아 보이던 아이들도
이젠 엄마·아빠를 업어줄 만큼
커가는 세월 속에서
이런 게 사는 거구나 하며 들어선
집
장모님 병간호로
한 달째 집을 비운 아내 대신
일찍 들어와 광내고 닦아낸 아내의 흔적들을 따라 흉내를 내며 집안일을 해놓고는
옥상에 올라가
아내를 닮은 달님과 소주 한 잔을 기울이다 내려 온 방안엔
앉은뱅이 책상 위에 다소곳이 놓여있는 가계부 하나
"뭐해 불 안 끄고?"
"알았어요.
조금만 더 쓰다 잘게요"
뭐 쓸게 있냐는듯
타박만 줬던 가계부를
한방 두 장 세월을 넘기며
읽어가던 내 눈에
나도 모르게
한 방울 두 방울 맺혀져 있는
눈물들이 지우개가 되어
가계부 위 글자들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1,000원
새우깡 1.500원
붕어빵 1,000원
남편과 함께 먹고 싶은 것들...
영화관 22000
주말에 버스 타고 종점까지 가보기
4,000원
남편과 함께해보고 싶은 것들...
남편 생일 날
구두 선물 60,000원
남편 승진하면
축하 양복 18만 원
남편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
아내의
소박한 희망과 바램들로 채워진
희망 가계부를 보면서
난 작은 약속을 하고 있었다
아내가
생일날 사준 구두에다
승진했다고 사준 양복을 입고
아내랑 함께
버스를 타고
영화관에 가면서
한 손엔 아이스크림을
다른 한손엔 새우깡과 붕어빵을
함께
먹는 그 날을
꼭 선물해줄 거라며...
나는
우리의 사랑은 지금부터라며
늘 거절 없이 고마움으로 가꾸어준
아내의 희망과 바람을
당신 곁에서..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아내의 희망가계부에
한 자 한자 새겨넣고 있었다
돌아오는 아내의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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