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의 사랑을 품은 들풀들 사이...

프로필

반하나안반하나
반하나안반하나
안산시 상록구 본오3동
매너온도
48.6°C
욕쟁이 할매1

햇살의 사랑을 품은
들풀들 사이로

족히
40년도 더 되어 보이는
허름한 판잣집 앞 오래된 나무 간판에

“욕쟁이 할매 국밥”

이라고 써놓은 가게 안에는
오늘도 손님들로 시끌벅적합니다.

구수한 시래기 국밥 한 그릇에
빨갛게 익은 깍두기를 얹어 먹으며
얼기설기 모여 있는 흙담 속
돌맹이들처럼

세상 시름 풀어 놓느라
다들 입가엔 웃음들을
그려 놓고 있습니다.

“니는 와 요즘 뻑하면 오노?”

“할매는...
자주 오면 좋지 뭐 그람미꺼?“

“지랄로 좋아.
국밥 한 그릇값 너거 색시 갔다 주봐라. 자식들 하고 일주일은 살끼다.“

할머니의
구수한 욕을 들으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사람들은 그 욕이 정겹다는 듯 오선지에 그려진 악보들 같습니다.

“할머니..
여기 국밥 빨리 안 줘요?“

“와따.. 그놈 성질 한번 더럽게 급하네.
자 여깄다. 퍼떡 처먹고 가라.“

구석진 곳에 앉아
축 늘어진 두 어깨를 소주잔에 담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더니

“와카노..
세상이 니보고 뭐라 카더나?“

“아입니더.”

“게안타….산전수전 다 겪은 이 할매한테 숨길 게 뭐 있노?
인생에 챔피언이 될라먼 우째야 되는지 아나?“

“........”

“넘어져도 퍼떡 일나면 된다.”

데친 콩나물처럼 늘어진 모습에
힘 내라며 움츠린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할머니는

“오늘 니 밥값은 이 할매가 내꾸마.”

“안 그래도 됨미더.“

“니가 세상 멋지게 살아보라꼬
이 할매가 뇌물 먹인 거라고 생각해래이.“

하루라는 납덩이를 소주잔에 녹여 마신 남자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인생하고 달리기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라면서
힘든 이들에겐
위안도 함께 내어주는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
식당 안 손님들은
행복 한 점도
덤으로 얹어 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여기 소주 한 병만 주세요.“

“뭐라꼬 쳐씨부리쌌노 마?
어디 어린 기 할매한테 시키노.
니는 손목아지가 없나?“

“아 예...제가 가서 가져올게요.”

여기서는
모두가
할머니의 아들이고 딸이고
손자 손녀들이기에
소주도 국밥도
손님들이 알아서 척척 꺼내 먹으며
오가는 투박한 말이라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모자라면 더 달라 해래이.”

“네 할머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둘이서 허겁지겁 먹고 있는 모습을
훈훈한 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할머니는

“됐다, 그냥 가라.”

또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선
사라지는 걸 보고 있던 한 남자가

“할매요..
와 저 학생들한텐 돈 안 받는교?”

“공부하는 아들이
돈이 어딨다고 받겠노?”

“그라먼 지도 돈이 없는데
공짜로 먹을게예?”

“문디 지랄용천을 떠네.
니 국밥 한 그릇 먹고 배부른데
욕 한 바가지 더 처먹어볼끼가,
배 터지게?"

그 말에
식당 안 손님들은
국밥 속 밥알들처럼
하얀 이빨을 드러내 놓고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저 할머니 ..잘 먹고 갑니다.
담에 또 올게요.“

∙ 조회 53

댓글 0


지금 당근 앱을 다운로드하고
따뜻한 동네생활을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