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노부부에게는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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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하나안반하나
반하나안반하나
안산시 상록구 본오3동
매너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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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외출 

 
나이 든 노부부에게는
아들이 매달 꼬박꼬박 보내주는 돈 30만 원을 찾는
그 날, 함께 시장도 보면서 칼국수 한 그릇에
행복을 나눠 담곤 했답니다 
 
오늘 마주하는 아침은 기대되는 날이기에 거리에 널려있는 햇살을 밟고 걸으며 
 
“임자…. 오늘이 그날인 거 맞지?” 
 
“아, 네. .아들한테 생활비 오늘날이 맞는구먼요“ 
 
듬성듬성 나 있는 머리카락에 동백기름으로 한껏 뽐을 낸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는 지팡이가 먼저 걸어간 길을 따라
은행에 도착한 노부부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 붉어진 얼굴만 바라볼 뿐입니다 
 
“우리가 넘 일찍 왔나 벼..“ 
 
“일찍이기는요..
은행 문 이제 닫을 시간이구먼요” 
 
은행 앞에 쪼그리고 앉은 노부부는
365일 현금 인출기에 서로 번갈아 가며 찍어보지만 아들이 보낸 돈은 끝내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마음과 닮아 있는 휘어진 길을 따라 햇살이 그을려
빨랫줄에 널려있는 생선 같은 모습으로 집으로 온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내미는상을 뒤로 하고 막걸리잔에 구부러진 지난 날을 되새겨 보고 앉았습니다 
 
“아버지..
제발 이번 한 번만 좀 도와주세요“ 
 
“너 그렇게 가져간 돈이 벌써 여섯 번째인 건 아냐? 
 
그리고 너 때문에 이제 전세금 걸린거 이것밖에 없는데
뭘 어찌 또 해달란 말이냐 차라리 이 아빌 팔 때가 있으면 다 팔아서 써라“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주인집에 말을 해 월세로 돌리고선
아들 손에 돈을 주러 온 노부부에게 
 
“아버지, 엄마..
내가 매달 삼십 만 원씩 보내줄 테니
월세 십만 원 주고 나머진 두 분 생활비에 보태 쓰세요“ 
 
“그래...그래..
우리 걱정하지 말고 하는 일이나 열심히 혀서 너나
잘살면 우린 아무 욕심이 없다“ 
 
그렇게
떠나간 아들이 겨우 세 번 붙이고는 저버린 약속을 밑천 삼아 막걸릿잔을 기울이던 할아버지는 허가받은 혈육에서 그냥 서로를 잘 아는 남으로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있을 때
비틀어진 문을 열고 울면서 들어서는 며느리 
 
“이 밤에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냐?“ 
 
우산을 받쳐 든 사람처럼 흘러내리는
눈물부터 퍼부어 놓던 며느리는 
 
“아버님…. 어머님 저 이혼할래요” 
 
“아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이게 먼소리냐 애미야?” 
 
갯바위에 붙어 있는 미역 줄기 같은 모습을 하고
나타난 며느리의 뜬금 없는 소리에 
 
“애미야! 상철이가 뭔 일을 또 저질렀냐..?” 
 
“혹시 또 돈 해주셨어요?” 
 
할머니는 그 말에 시선을 방바닥으로 내리깔더니
공허한 눈동자로 할아버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노름방에 처박혔는지 집에 들어오질 않아요”
아이들 공책 사줄 돈도 없는 집에서 벌어와도 시원찮은 판에…. 흐흑흑“ 
 
그렇게 며느리가 돌아간 뒤 지친 저녁을 보내고
달려온 새벽이 올 때까지 노부부는 말을 잃은 채
방바닥만 쳐다보고 앉았습니다 
 
“영감..
우리 이 집을 빼서 며느리 줘서 손자들이라도 잘 크게 해주고
변두리로 가면 한 칸짜리 쪽방이 있답디다“ 
 
말없이 듣고 있던 할아버지는 색바랜 누런 점퍼를 걸치고는
무안스레 비추고 있는 달빛을 따라 굳어져 버린 문을 열고 어디론가 나가버리더니 뭣하나 잡히는 거라고는 없는
거리를 걸어 파란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같은 시간"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자식 키울 때 손때 묻은 가구들과 옷가지들을 하나하나 챙겨놓고 있었고요 
 
회색빛 하늘에 멍울 같은 구름이 듬성듬성 그려놓은 하늘을 보고있는 노부부는 별 하나에 들어 있는
지난날 그리움들을 펼쳐보고 있습니다 
 
닭장 같은 쪽방에서는 바라볼 수 없는 하늘이기에
집에서 바라보는 마지막 하늘이 아니기를 빌면서 말이죠 
 
바람으로 아픔을 닦아내며 산비탈을 걸어 내려온 노부부는
쪽방을 얻고 남은 돈으로 조그만 손수레를 사서는 잃어가는 슬픔을 안고 온거리를 배회하며 하루하루 박스를 줍고 있습니다 
 
“영감…. 저 건널목 백화점 앞으로 가봅시다
거긴 빈 상자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백화점 앞으로 걸어온 노부부의 눈에 버려진 상자들이 수북한 걸 보며 황금을 발견한 듯 서둘러 리어카를 세워놓고 
 
바람도 길을 멈춘 거리에 쪼그리고 앉아 펼쳐진 상자들을 접어놓고 있을 때 번지르르한 옷차림에 손가락마다
쇼핑백을 잔뜩 걸고서 화려한 웃음소리와 함께
백화점 문을 열고 나오는 아들 내외와 손자의 모습과 마주칠까 
 
손수레 뒤편에서 썰물에 드러난 조개처럼 숨을 죽이고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허탈한 속내를 먼저 내보이고 싶지 않은 할아버지는 때늦은 밥 대신 막걸릿잔에 해묵은 눈물을 채워놓고
한술 밥으로 행복했던 지난날들을 곱씹어 보고 있을 때 
 
어디서 달려온 아침처럼 허물어진 쪽방 문을 열고 코를 막으며
들어서는 사람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였기에
노부부의 입가는 벌써 미소 되어 내려앉았습니다 
 
“영진아…. 너가 어인 일이여 이 해어진 옷은 다 뭐구?“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가 돈이 없어 나 급식도 못 먹고 점심도 굶어..“ 
 
울먹이는 손자를 긴 애달픔으로 달래고선
폐지를 주워 모은 돈 십여만 원 남짓을 주머니에 넣어 보내고
돌아서 오는 할아버지의 아픔을 베고 누운 노란 달이 뿌려준 자릴 더듬어 멀어져가는 손자가 
 
산동네 골목길을 잘 내려갔나 싶어 어둠을 가르며
두 눈에 힘을 줘보고 있을 때 거리에 도착한 손자를
데리고 가는 며느리의 모습에 속눈썹에 걸려있던 눈물은
다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영감 ! 진영이는 언덕 밑에까지 잘 데려다 줬슈?” 
 
“그려 잘 갔으니 안심하고 자”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는 달빛을 따라 집 밖을 나와 앉은 할아버지의 노쇠해진 어깨 위에 마음 한 칸 숨기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봅니다 
 
흙물, 풀물 들어도 자식 키울 때가 최고라는 말을
한숨과 눈물이란 언어로 보여주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알 같은 속을 감추면서.... 
 
“영감…. 다 잊으세요
자식은 부모의 눈물을 먹고 자란다잖아요
그냥 우리 저 세상 가는 날까지 자식한테 신세 안 지고 몸 건강하게 살다 가는 게 최고의 행복이라 생각하자고요“ 
 
“새끼에게 살을 다 뜯겨 저 강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우렁이 같은 신세와 다를게 뭐 있남..” 
 
자식 앞에 부모의 인생은 땔감보다 못한 것 같다며
모자람을 채운 것만으로 얻어가는 인생이라는 듯
부모라는 이름 끝에 매달린 슬픔은 눈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모진 세월을 함께 이겨내며 버텨온 부부라는 시간 앞에
점점 지난날의 기억들을 잃어가는 아내와 자신의 무뎌져 가는 육체는 말하기도 전에 굽은 하루 앞에 남아있을 핑계가 없다는 듯 꽃 아래 봄날에 죽기로 말 없는 약속을 하고 있었습니다 
 
민들레 꽃씨가 바람되어 날려가던 어느 봄날
아침일찍 들린 전당포에서 금이빨을 맡기고 받은 돈을
하얀봉투에 넣고는 영정 사진을 찍으러 가시는 걸까요 
 
할머니의 머리도 감기고 얼굴에 분까지 발라주며
예쁘게 꽃단장을 하구선 나란히 외출합니다 
 
평생에 한 번 오는 청춘이 아름답듯
부부 인생에 한 번 오는 이별도 아름다워야 한다며... 
 
스치는 바람 속에서 이별을 전한 노부부의
모습을 더 이상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노란 달빛을 밑천 삼아 밤새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혹..
우리 부부를 발견하는 사람이 있어도 자식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과 봉투에 들어 있는 돈은 장례비에 써 달라는...

가슴아픈 사연입니다.
현재는 이러한 불효자식이 없겠지요..
소설에서나 접해보는 스토리이길 바램합니다. 

∙ 조회 323

댓글 18
5

반하나안반하나
다둥맘
안산시 상록구 본오1동

홀어머니 있고 자식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찢어지는글 봤네요 아 이넘의 자식들
특히 아들넘들이 문제가 많아요 어휴
참 맘아픈 글이고 요즘도 저런것들 꽤 될겁니다 부모죽이고 부모한테 맘찢어지는
말하는것들 일년에 명절때한번가는
아니 한번도 안가는것들도 꽤될거구요
참 자식이란게 키워놓으면 특히 갖고있는거 다주면 꼭저리되는경우 많더군요

반하나안반하나
티타임
안산시 상록구 사동

야간근무중에
우연이 가슴뭉클한
글에 머뭅니다
자식에게 부모는
모든걸 비워갑니다
다 주면 끝이나는
가여운 인생길ᆢ

반하나안반하나
누리눌(탈퇴)

할 말을 잊게하는 이야기.
가슴이 먹먹합니다

반하나안반하나
아수라발발타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우연히 보게된 이글이 가슴을 찢어놓는군요. 처음에 안그랬는데 눈물이 계속 흘러내리네요. 아! 아버지 어머니...

반하나안반하나
준이(탈퇴)

정말 슬픈이야기군요...눈가에 눈물이 고이네요

반하나안반하나
티타임
안산시 상록구 사동

다 주고 비우
고가는게 인생
인듯 합니다
가슴에리게 눈
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반하나안반하나
호박먹은때지(탈퇴)

슬픈이야기 입니다.

반하나안반하나
젬마
안산시 상록구 본오2동

가끔은 일찍돌아가신 부모님이 아픈몸이라도 살아계셨더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이제사해봅니다.부모가돼니 부모님이보고싶네요.글을 읽으며 한번씩 뒤돌아보는시간을가져봅니다.좋은글 감사합니다.

반하나안반하나
젬마
안산시 상록구 본오2동

요새도 있을걸요.어릴때읽은 아낌없이 주는나무 생각이나네요. ㅜㅜ

반하나안반하나
솔바람
안산시 상록구 일동

오늘도 시작 하셨군요.
뒷골목 골목대장 처럼
가슴시리게 맨날 맨날
울리시나요.
사연 잘 들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힘내셨으면 좋겠네요.

반하나안반하나
햅번
안산시 상록구 본오1동

마음이 아파요 가시고기라는말이 생각나네요 ㅠㅠ


지금 당근 앱을 다운로드하고
따뜻한 동네생활을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