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

어릴적부터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았어요. 안좋았다기보다는 아버지의 기대치와 저의 인정욕구는 늘 일치하지 못했죠. 아빠는 늘 저를 못마땅해했고 매사에 저의 선택은 남보다 못한 일이 되어버렸으니 저는 아빠에게서 사랑받는걸 포기한채 자랐어요. 사랑받지않는다고 꽤 오랜시간 믿었으니까요.

벌써 3주 전이네요. 친정엄마가 김장을 한대서 도와주러 갔어요. 저 온다니까 다들 같이 김장끝내고 저녁이나 먹으려다가 저녁에 다들 일이 있대서 점심때 가서 점심먼저 먹고 일하기로 했었죠. 남편이 술 좋아하는 장인어른드린다며 조금 비싼 술을 마련해서 가지고 갔어요. 점심때는 김장의 단짝 수육이 식탁에 올라왔고 아버지는 좋다며 술을 연신 드셨네요.
그리고 잠시 뒤...열심히 일하는 가족들을 뒤로한채...아빠는 혼자 기분좋다고 연거푸 술을 드시더니만 결국 언제나처럼 또 술에 취한채로 세탁소 간다며 나갔다오고 이발소 간다며 나갔다오고 동네방네 무슨 구경이라도 났는지 동네어르신들과 수다떠느라 안오시더라구요. 그러다가 느지막히 와서는 무 잘라줄까 하다가 채칼에 찔려서 피만 철철나고ㅋㅋㅋ 엄마는 도와준다해놓고서는 짐만 된다고 화내고...
그러다가 금방 저희도 일어날 시간이 되어서 가려고 채비를 하고 있었지요. 엄마는 김치 좀 싸준다며 통에 담고계셨고, 암튼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아빠가 오다주웠다 너 갈때 가져가라며 취해서 벌건 얼굴로 단풍잎 몇개를 주머니속에서 내미시는 거예요.
'어..' 뭉툭한 목소리를 내뱉고는 주머니에 주섬주섬 챙겨넣었어요. 엄마는 애한테 쓰레기를 주냐고 하셨지만.

집에와서 단풍잎들을 책사이에 끼워넣었어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일단 그렇게 말려봤어요. 지금보니 꽤....뭐 남들눈엔 잘 모르겠지만 제 눈에는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단풍잎인것 같아요.

이웃님들 올해 가을은 다들 잘 보내셨나요? 이제 가을은 가고 겨울이 오는데 다시 코로나가 기승이라 두렵기도 하고, 걱정되는 분들도 많이 생각납니다. 다들 비슷한 맘이시겠죠? 그래도 마음만은 지치지 않는 따스함으로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힘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