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친구의 운전 면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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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친구의 운전 면허증, 쪽지, 몇 푼 안 되지만 현금, 심지어 도장이 열네 번 찍힌 커피숍 쿠폰까지… 사라진 것 없이 그대로입니다. 이 기회에 지갑을 하나하나 다시 뜯어보니 지퍼 도색도 벗겨지고 많이 낡았네요. 몇 년 전 도쿄 출장에서 ‘헤비듀티 장인’ 미야가와 다카시 할아버지께 받은 선물이랍니다. 버블 시대부터 줄곧 무사시코야마 아케이드 한 자리에서 아웃도어용 가방, 지갑 등을 손수 만들어오시는 분이지요. 할아버지를 뵙기 위해 회사에 요청해 계획에 없던 출장을 떠날 만큼 제게는 각별한 분입니다. 지갑을 잃어버린 뒤 이틀 동안이지만 밤잠을 설쳤는데, 오늘은 꿈도 꾸지 않고 행복하게 잘 수 있겠습니다.
작년 이맘때 친구를 떠나보낸 뒤 갑자기 뭔가를 잃어버린 건 실로 오랜만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조그마한 물건도 갑자기 곁에 없으면 아쉽고 속상한 건 매한가지네요. 하루만에 새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곤 하지만요. 그동안 주위에 통 무신경했던 감각이 조금 되살아나기도 하지만, 얄궂게도 이미 지갑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바지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제 아무런 걱정 없는 제자리로 돌아왔기 때문이겠지요.
공중 화장실에서만 읽고 지나쳐온, 자신이 머문 자리를 한 번씩 되돌아보자는 격언을 뜻밖에 되새겼습니다. 지갑뿐 아니라 언젠가 곁을 떠날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라도요. 잠시 지갑을 잃어버리고 되찾는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된 듯한 기분입니다.
날씨가 쌀쌀해집니다. 행운을 베풀어주신 이름 모를 고마운 분이 오늘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을 드셨기를, 내일도 상쾌하게 아침을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주시고, 후기를 읽어주신 연남동 주민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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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정말 다행이네요...ㅎㅎ저도몇일전 금반지..70만원상당 어머니가해주신거 끼고나갓다가..잃어버렷는데 분실신고해놧는데 못찾겠지요ㅠㅠ흑흑 마음너무아픕니다..선물받은지일주일도안되엇는데...이젠잊어야겟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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