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대 초반에 진도개가 좋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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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신장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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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를 참 좋아한다

삼십대 초반에 진도개가 좋아서
무작정 입양하게된
백구 한마리

그 먼 진도에서
승용차 트렁크에 실려
열시간을 넘게 달려온 녀석...

보통...
부모견과 떨어진 강아지는
낑낑대며 울기 마련인데

이녀석
밥도 잘먹고
첫날부터 대소변도 가린다

그 모습이 기특하고 딱해서
내 모든 여가시간을
백호(이놈)와 함께 하게 되었다

사계절 내내
비가오나 눈이오나 빠짐없이
집에서 조금 떨어진
인적드문 산에 차를태워
매일 운동도 다니고

조금 컸을 무렵부터
도그쇼나 진도개 전람회를 다니며
상도 여러차례 받을만큼
백호는 정말 매력있는 놈이었다

그러다가
진짜 진도견을 배우고 싶어
동호회에도 가입하고
활동도 열심히 하고
개에 대한 지식이 쌓여질 무렵....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된다

내 개가...

나의 백호가...

좋은 진도개가 아니란걸
동호회 회원들의 개들앞에
내세우기 힘든 개라는...

나도 욕심이 많다
난들 다른 회원들처럼
좋은 진도개 한번
메보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일반회원들에게는
백단위를 초과할 만큼의
좋은 혈통의 자견들을
내게는 잘 키워줄거라 믿고
무료로 분양시켜주겠단 유혹도 많았지만..

그럼 우리 백호는 어쩌나

난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도그쇼나 전람회도 가지않았고
동호회 활동도 접게된다

그냥 개가 아닌거지
아이를 키워본적 없는 내게
이놈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다

백호는 누가 뭐래도 진도개다
곧잘 꿩이나 너구리 같은 동물 사냥도 잘했으며
나에 대한 충성심도 컸다
성격도 깨끗해서
집주변에서 변을보는 경우도 없고
비가오거나 눈이오는 날에는
제 몸 젖는게 싫어서
머리만 겨우 내민채
집안에서 꼬리를 흔들어
텅텅 소리를 내며
나의 귀가를 반기는 웃긴놈이었다

비가 내리던 어느날...

내가 한번은 손님을 모시고 집에갔는데
전에 없던 공격성을 보이길래
처음으로 매질을 한적이 있다

회초리를 들고
머리와 주둥이를 많이 때렸다

한번 사람을 공격하는 버릇이 들면 안되기에
호되게 혼을냈다

화가나서 회초리를 던져버리고 그대로
집으로 들어간 나!!!!

날이 저물었다
미워도 내새낀데 밥은 줘야지~
뒷마당 문을 열고 난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이놈이 뒷산을 바라보고 등진채 앉아
세시간 넘게 비를 맞고 있었나 보다

온몸이 젖어서 꼴이 말이 아니고
그걸 보는 내 맘이
너무 슬픈거다

아! 속이 상한거구나
처음으로 내게 맞은게 속상해서
물이라면 질색을 하는 놈이
나보라고 시위를 하고 있는것이다

하...사람하고 똑같구나
그냥 나네 나야...

주려고 들고있던 밥이고 뭐고
이름부터 부른다

"백호야 이리와"

녀석이 앉아있는 내게 와서
내 어깨사이로 머리를 집어넣는다

'잘해줄께...너 갈때까지 끝까지 책임지마'

이놈은 날 세번 울렸다
이날 한번....

그리고

명절때나 오랜기간 집을 비울때면
가끔 녀석들(이놈포함 3마리)과 동행하지 못할때가 더러 있다
그럴땐 각자 견사에 세숫대야 2개씩을 놔두고
하나는 사료 하나는 물을 가득히 부어주고 간다

먹성많은 백호가 출발전에
사료 한대야를 다쳐먹어서
백호만 두대야를 부어놓는다

구정날.. 폭설이 내렸다
가긴가야하는길.. 차에 체인감고
출발전에 녀석들과 한마리씩 인사를하며
사료를 부어주기 시작한다

몇입먹던 백호...
세숫대야에 밥을 부어주기 시작할 무렵부터
앉아서 나만본다
그리고 앉아있는 녀석의 머리위로..
콧등위로..눈꺼플위로..소복하게 눈이 쌓여
앞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눈을 맞아가며
나만보고 앉아있다

'아!!! 내가 며칠 안오는걸 아는구나'

갑자기 눈쌓인 녀석을보니 눈물이 났다

개가 아니다
그냥 이놈은 사람이다

그런 녀석과 난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다

그리고 목줄이 풀려 동네 마실나갔다가도
나보다 항상 먼저 돌아오던 녀석이
그날따라 안들어온다...

그렇게 녀석은 내게 세번째 눈물을 주고
떠나갔다
입에 쥐약을 물고.....

그날 이후로 난 개를 안키운다

함께 키우던 다른 놈도 좋은분께 입양해드렸다
근황을 내게 알려주지 말란 말과 함께

가끔...

유기견에 대한글이 자주보여
늦은 밤에...
나의 백호생각을 기억에서 꺼내 보았다

이제는 그리움만 남은 녀석

그리고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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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8

소탑
회색갈매기
평택시 동삭동

근데 왜 눈물이 나지

소탑
이제곧당근접어요TT(탈퇴)

저 울어도 되나요.. 진짜 ㅠㅠ 너무 슬퍼요 긴 글은 잘 안읽는데 글을 너무 잘 쓰셔서 다 읽었습니다ㅠㅠ 백호 좋은 곳으로 갔을 거예요🥺🥺

소탑
아들딸(휴면)
평택시 지산동

슬퍼요 ㅜㅜ
진짜로 많이 사랑해 주셨네요. 👍👍👍

소탑
핑크공주
평택시 신장동

글을 읽으면서 너무 슬퍼 울컥 ㅠ 전 냥이들이😿지만 ㅠ 무지개 다리 건넌 아가들이 생각나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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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탑
c208139(휴면)
평택시 신장1동

감동입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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