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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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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레이디] 상

"아저씨, 말 빼세요."

"죄송합니다, 잠시 담배 좀 사왔습니다."

"여기 주차금지 구역이니까 얼른 빼세요."

교통경찰이 지나가자 유노는 서둘러 고삐를 잡았다.

"가자, 천사."

그의 애마는 3살배기 흰색 마반테다.
성능/연비/유지비를 꼼꼼히 따져서 데려온 아이다.
최근 들어 때를 많이 타 세마비가 부쩍 늘면서, 적토마색으로 염색할까 고민 중이다.

나들이철이라 그런지 도로는 마소로 북적인다.
좌회전 신호가 떴는데 앞말이 가지 않고 있다.
말은 마렌저인데 라이더는 김여사다.
운전 못하는 아줌마들이 꼭 말은 큰 거 탄다.
무시 안 당하기 위해서다.

교통수단으로 차 대신 말과 소를 이용하기 시작한 건 느닷없는 석유고갈 때문이다.
석유가 사라지면서 자동차를 탈 수 없게 됐고, 그나마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만드는 전기는 양이 극히 적어 차량에는 쓸 수 없도록 규제되고 있다.

오늘은 2:2 미팅날이다.
한껏 멋을 부리고 나왔건만 그녀들의 관심은 유노의 친구 월수에게 몰려있다.
말 얘기가 나온 다음부터다.

"월수씨는 어떤 말 타세요?"

"마르세데스 벤츠요."

"와, 수입말 타시네요. 아버님도 좋은 말 타시겠어요?"

"아버지는 홀스로이스 좋아하십니다."

게임오버다.
수입말이라면 껌뻑 죽는 된장꾸러기 여자를 만나느니, 차라리 수류탄을 안고 자는 게 낫다는 게 유노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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