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너무 허무하고 우울하네요
평소에도 동물을 너무 좋아하고, 어릴때부터 생물학과 수의학도 공부할만큼 동물 곤충 식물 어류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합니다.
제가 작년에 모종의 사건으로 우울증약을 쭉 복용해오고 있습니다. 안먹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나, 그럼에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자, 이번에 여자친구가 반려동물 분양을 제안했습니다. 나 하나 챙기기도 버거운데 또 다른 생명을 데려오자는게 부담도 됐고 혹여나 내가 무책임한 인간일까봐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혹시나싶어 큰 매장은 아니더라도 오늘은 구경만 하자며 청계천 동물시장을 갔습니다. 진짜 신기하게도 동물들이 정말 많더군뇨. 그러나 환경은 정말 잘 조성되어있지않았습니다. 참 마음 한 켠이 안좋더라구요.
그때 저희 두 눈에 들어온 아이가 하나 있었어요. 슈가글라이더라고 유대하늘다람쥐라는 동물인데 너무 작고 귀엽고 이쁘게 생겼어요. 한참을 길가에 서서 그
친구를 바라보다가 여자친구와 그 친구를 데려오기로 했어요. 겁이 참 많아서 집 오는 내내 희한한 소리를 많이 내더라구요. 집에 와서 슈가글라이더에 대해 공부도 하고, 집도 꾸며줄 생각을 하며 밤낮없이 알아가며 이 친구가 행복하길 바랬습니다. 이 아이도 그 좁은 단칸방의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은지 제 몸에도 올라와서 간식도 먹고, 제가 손을 펼치면 그 위로 올라오더라구요.
아이 이름은 ‘티모’였습니다. 여자아이에요. 제 여자친구가 너무 좋아하던 아이였어요.
문제는 오늘 일어났습니다. 아이랑 아침에 같이 노는 과정에서 티모가 천장에서 저를 향해 날았는데, 미처 보지못하고 뒤를 도는 저에게 맞아 벽으로 내동댕이쳐졌습니다. 진짜 너무 놀라서 여자친구와 손바닥 크기도 안되는 아이를 붙잡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티모는 아픈지 엄청 발버둥치더라구요. 울면서 동물병원에 전화를 돌리는데 슈가글라이더는 특수동물이라 진료가 어렵다던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진료가 가능하다는 병원에 연결이 되었을 땐 티모는 이미 움직임이 없어지고 난 뒤였어요. 너무 허무하더라고요. 난 뭘 위해 이 아이를 데려왔고, 이런 상황에 대처도 못할거면 여태까지 공부를 왜 한 것이고, 왜 이렇게 빨리 갈 아이를 그렇게도 열심히 이뻐한건지. 진짜 제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많이 나서 하루종일 울다가 잠들어 방금 일어났네요.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기분입니다. 너무 이쁘고 소중한 아이었고, 자나깨나 이 친구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렇게 짧은 시간안에 가버리다니. 모든것이 허무하고 죽어있는거 같네요.
논현동·반려동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