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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풍경

첫눈(雪) 이후 인천대공원

영하 4.7도를 기록한 아침 운동 다녀왔어요. 동문으로 들어가면 우측에 대나무 숲이 병픙처럼 자리잡고 있었는데, 첫 눈(雪)의 무게를 견디지 못힌 대나무가 모두 쓰러졌네요. 한때는 바람따라 흔들리던 광경이 세월에 휩쓸리는 나의 모습 같아서 바로 앞 정자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음악도 들으며 대숲의 이야기도 전해 들었는데, 마치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간 듯한 처참한 풍경을 보니, 지난 시간을 송두리째 빼앗긴 기분이었어요. 발걸음을 재촉하니, 산책로에는 눈이 무덤처럼 쌓여 있고, 차 바퀴가 지나간 자리에는 반들반들 빙판길이 되어서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네요 스케이트 타듯 몇번 휘청했는데, 위험해서 눈과 얼음이 완전히 녹을 때까지는 운동을 자제해야 겠더라구요. 나뭇잎을 떨군 여린 느티나무 가지가 꺾여 드문드문 쓰라린 상처를 드러내어 을씨년스러웠지만, 헛헛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그 누군가 손끝에서 빚어진 말없는 눈사람 뿐! 소리없이 쏟아지는 눈송이 속에서 눈사람을 세울 만큼의 동심이 남아 있는 분은 누구였을까요. 따뜻한 커피 한잔 드리고 싶네요. 추억을 만들어 주는 반가운 눈 소식이라면 하던 일을 멈추고 눈길을 잠시 걸어 보겠지만, 추억을 삼켜버린 폭설은 한숨만 토해내게 하네요. 눈이 녹으면 쓸쓸하면서도 조용한 겨울을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조회 441
댓글 정렬
  • 장수서창동·

    눈이 많이 와서 운동 다니기 불편 하셧을 탠대 ㆍ

    • 장수서창동·

      도로가 빙판길이어서 중간에 돌아갈까 고민하다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한바퀴 걸었어요. 어르신 한분이 지나가시길래 #조심히 가세요# 했더니, #괜히 나왔어!#하시더라구요. 빙판길은 자동차도 위험하지만, 사람은 대책없지요.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배수구에서 얼어 붙은 고드름을 발견했는데, 자연이 빚어내는 광경은 언제나 예술이더랴구요.

  • 신천동·

    한편의 시처럼 적으신 말들이 하나하나 와닿아요… 아…!정말 빙판길 조심하세요….!!

    • 장수서창동·

      좋은 느낌으로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두번째 사진을 담을 때는 #눈길을 함부로 걷지 마라. 뒤따라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글귀가 생각나서, 아무도 밟지 않은 눈위를 천천히 걸어 보았어요. 사람들의 마음이 나와 똑같지 않음을 얼어붙은 눈길위에서 발견했지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장수서창동·

    서창동에 거주합니다.운동 가실때 같이 가시죠 ㅎㅎ

    • 장수서창동·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대공원 근처라서 기상 조건만 좋으면 거의 매일 운동 다니고 있어요.

  • 송도동·

    좋은시간 보내셨군요. 저는 아파트안 주차장에서 뽀드득뽀드득 몇발자국 걸어보고 들어갔습니다. 아싑게도. 대공원 눈 쌓이면 정말 멋있지요~

    • 장수서창동·

      그러셨군요. 흰 눈송이가 셀수 없이 흩날릴 때는 장관이지요. 그러다 산과 들, 나무에 쌓일 때는 그림이구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풍경은 자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작품 같더라구요. 그러나 눈을 많은 사람들이 밟고, 녹기 시작하면 끔찍하지요. 아파트 둘레길이 있다면 눈 내리는 날 천천히 몇바퀴 걸어도 좋을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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