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 할머니가...
그날 아침 나는 친구와 약속을 잡고 한 차로 이동하기위해 길가에 정차를 하고 차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80은 족히 넘어보이는 할머니가 세발자전거를 타고 지나다 멈추더니 전봇대 옆에 배출되어있는 종량제봉투 두 개를 풀어헤치고 쓰레기를 옮겨담기 시작했다. 나는 예전에 조그마한 매장을 갖고 있었는데 매장 바로 앞 전신주옆에는 주변에서 쓰레기를 배출하는 터라 늘 지저분해서 여간 신경쓰며 지켜보는 버릇이 생겼다. 어떤 날은 분리도 안된 쓰레기를 마구잡이로 배출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종량제봉투가 풀어헤쳐져 주변으로 산만하게 흩어져있기도 했고 어떤 때는 분리배출된 봉투를 풀어 자기가 필요한 물품을 빼가고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단 배출하는 것을 목격할 때는 다가가 주의요청을 하다가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그런 좋지않은 것만 목격했던 터라 종량제봉투 한 장 가져가기위해 저러시나? 하며 할머니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 개를 풀어 한 곳으로 꾸역꾸역 눌러가며 채우지만 반 쯤밖에 들어가지않자 곁에 있던 다른 한 개를 또 풀어헤치고 더 덜어낸 후 취한 할머니의 행동은 앗!하며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쭉 지켜보며 내가 예상했던 정반대의 행동을 하셨기 때문이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며 할머니에게 한없는 죄책감이 들었다. 종량제봉지 세 개를 풀어 옮겨담고 삼분의 일쯤 남은 종량제 봉투에는 곁에 일반봉지에 마구잡이로 담겨 버려진 쓰레기 봉지를 담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 무단배출한 더러운 양심을 할머니는 아무런 궁시렁거림도 없이 종량제봉투에 나누어 담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자전거에 올랐다. 시야에서 멀어지는 할머니의 모습이 참으로 고귀해보였다.
장유1동·동네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