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평역세차장 스토리 19- 둘이 함께 꾸는 꿈

당근마켓의 단골수가 천명이 넘어가고, 단골수 전국 1위가 되던 지난해 가을쯤 이었던 같다.

"사장님, 축하드려요. 더 번창하셔서 6시내고향에도 나오고 생활의 달인에도 나오세요~" 이런 댓글을 남겨주신 고마운 손님이 계셨다. 누군지는 알수 없었지만 일단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세차장이 6시내고향이나 달인에 소개될 일은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이 있었던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지나갔다. 한해가 저물고 나서 새로운 한해가 차가운 바람을 헤치고 봄을 향해 나아가던 3월초 어느 날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여보세요~ 거기 정평역세차장이지요?"

처음에는 그 전화가 세차예약하려는 손님이 건 전화인가 생각했다.

"예 세차장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예 저는 대구 KBS 작가 정ㅇㅇ입니다. 평일 5시30분에 방송되는 라이브오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매주 수요일 편성되는 오지고인력센터 에서 세차장 체험으로 촬영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예에???...대구 KBS 라고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세차장이 방송에 나올거라는 것을 예상치도 못한데다가, 더군다나 많고 많은 세차장 중에 우리세차장으로 촬영온다는 것이 신기했다.

"한가지 좀 여쭤봐도 될까요? 우리 세차장은 어떻게 아시고 연락하시게 되셨어요?"

"방송 만드는 입장에서 아무 곳이나 가겠어요? 제가 이런저런 조사를 좀 많이 해봤습니다^^"

이런 연유로 3월10일 하루종일 촬영이 되었고, 저랑 같이 일하는 길사장님은 새벽부터 바쁘게 목욕탕 이발관 다녀오신 뒤 훤한 미남이 되셔서 같이 촬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세차장이 나름 유명세를 얻게된 데에는 길사장님의 역할이 컸다. 그는 일이 아무리 많아도 겁을 내거나 힘들어 하지 않는다. 일없이 쉬는걸 더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다. 친구들은 길사장을 일만하는 '소'라고 놀리곤 한다.

내가 처음 손세차 일을 같이 해보자고 했을 때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또, 자신은 돈을 많이 안벌어도 되니 남들보다 좀 싸게 받아서 손세차를 운영해 보자고도 했다. 그래서 할인손세차를 시작하게되었고, 그게 소문이 나서 방송국 촬영까지 하게되었다.

촬영 중에 리포터가 길사장에게 물었다. "세차일이 힘들지 않으세요?"

"이 일이 천직인 것 같아요. 힘들지만 이 일이 나에게 맞으니까 40년간 해온거에요."

이렇게 대답하는 길사장님을 보고 있자니 왠지 경지에 오른 장인의 모습을 보는 듯하였다

내게도 이번 KBS의 촬영이 세차장을 널리 홍보할 기회여서 좋았지만, 그와 더불어 또다른 의미가 있었다. 같이 일하는 길사장님의 소같이 우직한 외길인생을 누군가가 알아봐 줬다는게 참으로 기쁜 마음이다. KBS 같이 큰 방송국에서 길사장님의 40년 세차 인생을 '인생시대'같은 다큐방송까지 해주게 되었으니 그의 인생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든다. 이번 방송이 이루어진 것은 늘 우리세차장을 위해 애써주시는 길사장님의 긴 세차인생에 대한 세상의 인정이라고 느껴진다.

열심히 사는 것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은 참 뿌듯한 일이다. 우리 세차장도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손님들에게 더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것이 나와 길사장님이 함께 꾸는 꿈이다.

방송 못보신 분들을 위해 링크 걸어둡니다.

https://youtu.be/29NZtW3KZw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