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소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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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치즈버거 강남점역삼동 ∙ 단골 424

15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수제버거6개월

안녕하세요? 크라이치즈버거 신지우 대표입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독감도 많이 걸리시는 것 같고요. 항상 이 계절은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참 일어나기 어렵거든요. 저는 아직도 새벽에 일어나 사업 준비를 하는데요. 참 어려운 계절입니다. 날씨가 바뀌면 이런저런 생각도 나고요. 그렇게 오늘은 어쩌다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담아볼까 합니다.

저는 태권도 선수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했지요. 여러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결론적으로는 선수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지요. 그 이야기를 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어쩌다 햄버거집 사장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지요.

15년 전입니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던 찰나였지요.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햄버거를 참 좋아했습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이태원 골목에 위치한 한 수제버거 집에서 처음 햄버거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햄버거를 배웠던 이유는 너무 단순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좋아하는데, '한 번 해보지 뭐?' 였습니다. 어차피 아르바이트인걸요.

이태원에서 장사를 할 때, 미군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때는 용산에 기지가 있을 때였으니까요. 영어는 잘 못하지만 종종 미국인들이 찾아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해줬습니다. '네가 진짜로 햄버거를 좋아한다면 미국 캘리포니아 IN N OUT BURGER를 방문해봐' 라고요. 아르바이트 생이 뭘 알겠습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거죠.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2년 정도 지났을까요? 우연의 연속으로 미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미국 태권도 도장에 잠시 방문할 일이 있었던 거지요. 태권도 선수는 되지 못했지만, 도장에 잠시 이런저런 일들로 방문하게 된 겁니다. 90일의 관광비자였습니다. 대단한 것도 아니지요. 그렇게 저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이라는 곳에 갔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캘리포니아? 인 앤 아웃?' 제 숙소 8분 거리에 인 앤 아웃 매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방문했지요. 그때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한 미군이 해준 말 때문에요.

저는 영어를 잘 못했습니다. 단지 이태원에서 일을 할 때 들었던, 그 한 마디 때문에 궁금하여 방문한 매장이었지요. '뭐 햄버거가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그런 마음으로 방문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북적했습니다. 여기가 '전설의 버거집인가'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어찌어찌 영어는 안되지만 어렵게 주문을 마무리했습니다. 야외 테이블에서 혼자 버거를 먹었지요. '아, 이게  버거구나'.

그 때, 인 앤 아웃 매장의 직원분이 저에게 인사를 걸었습니다. 어디에서 왔냐고, 만족하냐고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당시는 BTS도, 싸이도 있기 전이었지요. 한국에 가서 햄버거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니까, 그 직원은 매장 이곳저곳을 설명해 주셨지요. 물론 영어를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100%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따뜻한 감정은 기억하고 있지요. 그 직원은 사실 인앤아웃 매장의 점장이었습니다. 사진은 그 때 점장님과 찍은 사진이지요. '장사가 꿈이다'라고 써두었지요. 예전 사진입니다.

그 때 점장님은 왜 저에게 이것저것 알려주었을까요? 영어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동양인 젊은이에게요. 햄버거 먹고 잘 나가면 되는 것을 굳이 말을 걸면서요. 그 대화가 저를 햄버거 사장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참 따뜻했거든요. 이런 매장을 만들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이 그때 들었지요. 장사가 하고 싶었지요. 그렇게 한국에 돌아와서 작은 햄버거 가게를 만들었지요. 부천에 있는 '크라이치즈버거 1호점'입니다. 그렇게 하나, 하나 매장을 열었습니다. 

사업을 2013년에 시작했습니다. 10년이 되었지요. 아직도 저는 매일매일 햄버거를 굽습니다. 그 사이에 결혼을 하고요. 아이도 두 명이나 생겼습니다. 그리고 크라이치즈버거 가족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저 혼자가 아닙니다. 7개 매장의 점장님들, 부점장님들, 직원분들, 파트 직원분들, 본부의 직원분들이 있습니다. 와! 정말 많은데요? 끝이 아닙니다. 저희가 매일 만드는 버거의 고기를 공급해 주시는 고기 수입사 직원분들, 크라이치즈버거 포장지를 제공해 주시는 회사 사장님, 치즈, 감자튀김, 기름, 양상추를 공급해 주시는 사장님, 택배 사장님, 물류 사장님, 인테리어 사장님, 건물 사장님. 크라이치즈버거를 도와주시는 분이 참 많습니다! 와 정말로 신기합니다!

크라이치즈버거가 지금까지 있게 된 아주 짧은 이야기입니다. 이태원의 한 가게에서, 미군들의 이야기에서, 우연히 방문한 버거집에서, 친절하게 대해준 점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10년 동안 매일 햄버거를 만드는 저와 저희 크라이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업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돈을 벌고 싶어서요? 그것도 맞습니다. 돈을 못 벌면 안 되지요. 그런데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따뜻한 햄버거와, 따뜻한 음식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동양인 혼자 영어를 못하면서 쩔쩔매며 버거를 먹어도, 따뜻한 마음으로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그런 음식점,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참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실제 사업을 하다보니 참 어렵더군요. 맛있는 버거를 만드는 것도 일단 굉장히 어렵구요. 따뜻한 공간을 만드는 것도 어렵더군요. 서비스를 잘 하는 것도 사람이 착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돈을 못 벌면 사람이 조급해지고, 인상을 쓰고... 사업이라는 것이 참 우여곡절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어찌어찌 그 마음을 지키면서,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네요.

이제는 욕심이 더 커졌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맛있는 버거, 따뜻한 온정이 느껴지는 버거집 만들고 싶다 정도였지요. 그런데 이제는 책임이 너무 커졌습니다. 10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물심양면으로 크라이치즈버거를 도와주신 한 분들, 한 분들이 생겼습니다. 저희 점장님들 중에는 저와 사업을 10년째 함께 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때 저는 '세계에서 최고의 버거집'을 만들겠다고 했지요. 사실 그 말 한마디에 10년째 20대의 모든 것을 걸고 함께 해주시는 동료이자, 친구이자, 파트너들인데요. 아직 그 꿈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갈 길이 멀지만요. 그래서 저의 가족들은 물론, 크라이치즈버거 가족들, 제 꿈을 믿고 같이 인생을 투자하는 모든 분들에게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사업을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도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증명해 보고 싶네요. 거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니지만.. 성실함과, 진정성으로 '천천히, 오래' 꾸준히 사업을 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살면서 증명해 보고 싶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와 함께 해주시는 직원분들이 저의 꿈을 믿고 함께 해주신 것에 대해서 절대 후회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해주고 싶어서요. 진심입니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참 춥습니다. 새벽에 매일 일어납니다. 십년 째 그렇습니다. 아침에는 재료 손질을 했고, 저녁에는 청소를 했거든요. 물론 요즘은 매장으로 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사무실로 가서 어떻게 사업을 할지 컴퓨터를 열게 되지요. 그래도 이 계절에 아침에 일어나면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지치는 체력도 있을 테고요. 사람이니까 몇 십 년째 이 일을 반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테고요. 그래도, 일어납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웃으려고 합니다. 저희 버거 드시러 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안녕하세요, 크라이치즈버거입니다!' 제가 웃으면, 직원 분들도 웃으면서 고객 분들께 인사드릴 테니까요.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글을 써봤습니다. 이 계절도 10번째입니다. 몇 번 더 이런 계절을 경험할까요? 20년 차가 되면 사업이 지금 하고는 또 달라질까요? 그 때는 어떤 햄버거를 팔고 있을까요? 그 때 크라이 가족은 몇 명일까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새벽에도 가슴이 뜁니다. 사업만 10년째 하고 있습니다. 30대 중반이고요. 하지만 아직 가슴이 뛰며 아침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비록 하루하루는 힘들지만,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햄버거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 번 와서 드셔주세요. 최선을 다해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크라이치즈버거 대표
신지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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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치즈버거 강남점 의 프로필 사진
크라이치즈버거 강남점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8길 28 (역삼동) 1층 크라이치즈버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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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ooXoo
    신사동 ∙ 약 2개월

    와 제 최애버거 대표님의 글을 여기서 읽게 되다니요.. 대표님의 열정과 꿈이 버거에 고스란히 녹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처럼 따뜻하고 온정 넘치는
    음식 기대하겠습니다. 그러므로 내일 10시30분 햄버거에 패티 추가해서 먹고 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