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고,
와이파이 터지고,
택배 들어오고,
옆집에 이진욱만 살면,
혼자라도 마냥 행복할 것 같은 지금이지만,
한 때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몹쓸 생각을 했답니다.

바로,
호랑이 담배 피고 익룡이 날아다니고
배추도사 무도사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던,
제 결혼식 전날이었습니다.

뭔 좋은 꼴을 볼거라고
때 빼고 광낸다며
대중탕 세신사 아주머니에게 몸을 맡겼습니다.

때 미는 일만 18년 하신 달인이셨던 그 분의 한 마디,
"행복 끝 불행 시작이구만."

그럼에도 저는 리마인드 웨딩을 생각하고
이 드레스를 구입했습니다.
제가 저를 모르는데
여러분인들 어떻게 저를 알겠습니까마는
$2000 오가는 이 드레스를
삭스 세일 때 $1200정도에 구매했습니다.
관세까지 보태 한 달 손가락만 빨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헉.
요정 성유리가 이 드레스를 입은 것입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이 드레스를 차마 떨치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에 난무하는 중국발 짝퉁과 비교하시면
입은 성유리 섭섭합니다.

혹 결혼 생각하시는 분, 애프터 파티 고려하시는 분께 강추드립니다. 당연 완전 새옷입니다.

-#어느 예쁜 구매자님을 기다리는 지하철역에서